正苦大暑/ 정고대서
큰 더위가 정히 괴롭다는 말이다. 오늘은 24절후 중 그 절반에 해당하는 12번째의 대서(大暑), 어제는 중복(中伏)이고 이어서 또 대서(大暑)이니 1년 중 큰 더위의 때. 세상을 찌고 굽는 듯싶어 이 뜨거운 날 언제 지나가나, 시원한 바람 찾을 데 없다고 견디기 어려워했다. 지금은 냉방 설비에 그 괴롬 잘 모르지만 예전에는 이 혹서(酷暑)에 사람이 너무나 시달렸다. 그래도 초목은 가장 빨리 성장하고 번성하는 시기다.
1천 년 전 북송(北宋)의 대학자이며 대신(大臣)이었던 사마광(司馬光/ 1019-1089)의 그날 밤의 표현을 본다. 속수(涑水)선생은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이름이니 전에 어려서부터 배우던 동몽선습(童蒙先習), 명심보감(明心寶鑑), 소학(小學)에까지 자주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산서성(山西省 運城 夏縣) 속수향(涑水鄕) 출신으로 유명한 자치통감(資治通鑑)을 지었고 네 명의 황제를 섬겼으니, 왕안석(王安石)의 새 법에 반대하다 조정이 받아들이지 않자 외직을 자청하기도 하였다. 송(宋)나라 사마광의 ‘6월 18일 밤 대서(六月十八日夜大暑)’를 읽는다.
늙은 버들 매미소리 요란하고 老柳蜩螗噪
황량한 뜰 반딧불이 날아가네 荒庭熠燿流
인정은 무더위에 허덕이건 만 人情正苦暑
만물은 벌써 가을을 일깨우네 物怎已惊秋
달빛에 찬물로 세수를 다하고 月下濯寒水
바람 앞에서 백발을 빗기누나 風前梳白头
한밤중의 이 나그네 어찌하나 如何夜半客
허리띠 졸라매고 공후 만나네 束带謁公侯
바람 앞에 센 머리 빗어 말린다. 이백은 추포가(秋浦歌)에서 ‘백발은 삼천 길이나 되고 깊은 시름은 한 길이나 깊구나(白髮三千丈 綠愁似个長)’ 했는데, 과장법의 시어(詩語)는 흰 머리칼이 3천 길이나 되다니! 게다가 그만큼 또 긴 것이 있으니 바로 푸른 시름 또 그만큼 길다 네. 아, 거울 속에 새하얀 가을 서리는 도대체 어디로부터 내렸단 말인가? ‘거울 속의 분명한 건 알지 못하는 가을 서리가 어디서 왔느냐(不知明鏡裏 何處得秋霜)?’ 그대는 모르는가, 황하의 강물이 하늘로부터 내려와 빨리 흘러 바다에 도달하면 다시는 못 돌아오는 줄을! 그대는 몰랐는가, 고대광실 미인의 거울 속의 백발을 슬퍼하는 사실을? 아침에는 까맣던 긴 머리칼이 저녁엔 흰 눈에 덮였네. 논어(論語 子罕篇)에 공자도 냇가에 임하여 개탄 하기를, “가는 인생은 이와 같도다, 밤낮을 쉬지도 않는구나(逝者如斯夫 不舍昼夜)!” 밤중의 달빛 아래 시원한 물에 세수를 하고 백발을 빗는 것은 무엇인가? 허리띠를 졸라 매고 공후(公侯)의 관리들을 접대할 준비를 한다. 밤낮으로 노력하는 늙은 대신의 모습이다. 낮 기간의 노력도 부족하니 밤으로 일을 이어가야 했다(日力不足 繼之以夜). 가을이 곧 오니 무더위에도 낮을 이어 시원한 틈을 타서 못다 한 일을 이어가는 큰 더위 대서 날의 밤 모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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