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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流頭節

流頭節/ 유두절
지금은 거의 잊어버린 우리 고유의 명절 유두(流頭)이다. 흘러가는 물에 머리를 감으며 더위의 액(厄)을 씻어내고 시원하게 건강한 여름을 나기 원하는 세시 풍속(歲時風俗)이었다는 데, 그런 명절이 무슨 의미이며 그런 게 있었는지 조차 잘 생각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래도 이름은 우리가 익히 들어서 한번 짚고 넘어가려고 한다. 시골에서 자랐으니 할머니께서 음력 6월 보름이 유두절이라 하셨지만 그때 귀담아 듣지도 못했고 실감도 거의 없었다. 차노치를, 찹쌀로 납작하게 기름에 붙인 떡, 만들고 머리 감는다는 말씀은 들었으나 아무도 그렇게 따라하지는 않은 것 같다.
고려(高麗) 때 우리 기록에도 그런 풍속의 글이 전하고,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慶州)에서도 유두절을 지키고 용왕제(龍王祭)며 천신(薦新)의 과일로 제사 지내는 풍속 등을 시행해왔다. 절에 가서 불공을 드리는 일도, 들에 나가서 풍년을 비는 떡이나 국수를 던지는 유두면(流頭麵) 등으로 기원했다는 것이다. 오래된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이나 문인들이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 등의 문집에도 유두절기에 관한 기록이 확실하니 일종의 불교적 재계(齋戒)의 의식과 더위를 극복하려는 잔치의 명절로서 유두연(流頭宴)이라고 도 했던 것이다. 그 바람에 유두음(流頭飮)이라 해서 술 마시는 즐거움이 어찌 없었겠는가.
인심은 비슷하였을 테니, 나쁜 귀신은 쫓아내고 좋은 축복은 맞아 들이는 축재영복(逐災迎福)의 소원에 기인함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더위와 함께 찾아 드는 질병과 귀신의 작란이라 여겼던 액(厄)을 막고 싶었고, 그런 더위를 누르고 시원하고 건강한 여름을 위해 몸에는 양기(陽氣)를 돋우어야 하며 신에게는 축복을 기도하고 악귀는 물리쳐야 했다. 유두절은 설사 거의 잊어버렸다 해도 여전히 삼복지간(三伏之間)에는 삼계탕(蔘鷄湯)이며 보양탕(補陽湯) 집으로 사람들이 몰려가지 않는가. 천렵(川獵)이라며 서늘한 계곡으로 찾아가며 마시고 즐기는 행락도 그런 맥락으로 이어져 온다. 서구화로 변한 양태의 바캉스(Vacance)는 의례처럼 직장마다 삼복더위가 오면 바다로 산으로, 지금은 코로나로 막혔지만, 이제는 해외로 까지 휴가철을 즐김도 유두의 다른 모습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여름을 식히려 바다로 가는가? 유두절처럼 머리도 감고 몸도 씻어 액도 물리고 무더운 악귀도 코로나 병독[virus]과 함께 씻어버리고 유쾌한 축복의 놀이를 즐기시라, 이 여름 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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