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中君子/ Perfect Beauty
6월이 장미의 계절이라면 7월은 연꽃의 계절이다. 방패 같이 넓은 연 잎이 물 위를 덮을 때 연꽃은 따로 껑충 꽃대가 올라와서 크게 피는 연화(蓮花)가 한창이다. 장미는 꽃 중의 여왕[Queen]이라 서양이 높이는데, 동양에선 연화(蓮華)를 화중군자(花中君子)라 칭한다. 장미는 줄기와 떨기에서 피는데, 연꽃은 중심 줄기가 없이 물속에 감춰있는 뿌리에서 직접 외 따로 올라오고 연 잎도 가지가 아닌 뿌리에서 올라오니 모두가 물속에서 곧바로 솟아 오른다. 연 잎이 가득 물 위를 덮고서 야 불쑥불쑥 화려한 연꽃이 호수를 아름답게 하는 한여름이다.
애련(愛蓮)은 군자(君子)가 사랑한 아름다움이었으니 일찍이 조선의 강희맹(姜希孟/ 1424-1483)이 중국 사절 길에서 돌아올 때 갖다 심었다는 시흥의 관곡지(官谷地)가 우리 연 재배의 요람처럼 여긴다. 내가 자랄 때는 연당(蓮塘)은 더러 있어도 연(蓮)은 드물어서 친숙하지 못하다가 은퇴 후에 자유로이 동남아와 중국 계림(桂林)을 여행하면서 작은 보트를 저어 연밥 따는 모습을 보았고, 연 잎에 싼 밥을 먹으며, 연밥을 까서 생으로 먹어보기도, 말린 것을 사와서 밥할 때 얹어 먹었으니 비로소 연의 참 모습을 터득할 수 있었다. 지금이야 종종 연근(蓮根) 반찬을 대할 수 있어도 예전에는 흔치 않았으니 아열대나 더운 지방에 풍성한 산물이어서 이다. 지금은 시흥의 관곡지, 양평의 세미원, 의왕시 연꽃 단지, 부여, 강릉, 김제, 무안의 백련지, 경산 등지에서 우리도 연꽃 축제와 넓은 연꽃 단지들이 아주 많다, 순결(purity)을 상징하는 화화(荷花)를 애련설(愛蓮說)의 주돈이(周敦頤/ 1017-1073)는 이렇게 찬양한다, 줄기 속은 비어서 통하고 밖은 덩굴도 뻗지 않고 가지도 치지 않으며 향기는 멀수록 좋아서 꽃 중의 군자다(花之君子者也).
여름이 깊어 가면 연꽃은 한편으로 연심(蓮心)을 드러내니 연꽃의 속마음[the heart of lotus]이다. 역시 녹색이지만 씨 방에서 연밥[蓮子]이라는 연 씨를 잣 알처럼 굵게 키워낸다. 연 씨인 연자(seed)는 커다란 연 꼬투리의 구멍 속에 하나 씩 생겨나고, 그 연자 속을 가르면 다시 조그만 녹색의 맹아(萌芽) 모양의 푸른 씨 핵이 있어 그것이 바로 연자심(蓮子心)이다. 그 맛은 쓰고 그걸 해열(解熱)하는 약재로 이용하고, 연꽃과 함께 연심(蓮心)이 고급 차로도 이용된다. 근래에는 연밥에서 항산화(抗酸化/ antioxidant) 물질을 추출하여 노화 방지 등의 효능을 연구하기도 한다는 데 민간에서는 연자가 치매에 좋다는 얘기도 있었다. 하긴 희랍의 고대 문학인 오디세우스에도 트로이 전쟁에서 돌아가는 병사들이 어느 섬에 밀려갔다가 섬 사람들이 주는 연꽃과 연 잎을 먹고는 환각에 돌아갈 줄을 몰랐다고 하지 않았던 가? 미래를 잊어버리게 하는 마취의 효과가 있었던 가? 서양에선 장미를 꽃 중의 여왕이라 하지만 동양에선 연꽃의 아름다움을 옛날부터 즐겼고, 뿌리부터 잎과 연꽃과 연 밥까지도 사람들이 다 좋아한다. 연꽃 향기와 연 잎 차, 연꽃 차까지 눈과 입과 코와 분위기까지 아름답게 하는 연(蓮)은 설사 진흙탕에서 자랄지라도 달콤한 향기에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 완전한 아름다움[perfect beauty]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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