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rry-picking/ 실속-선별
7월이면 로체스터(Rochester, NY) 같은 미국 서부는 체리 수확 철이다. 블루베리(blueberry), 라즈베리(raspberry)도 익어가고, 거기 유명한 나이야가라 폭포(Niagara Falls)도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 동북의 뉴잉글랜드에 이르기까지 온갖 베리(berry)가 익어가는 계절이다. 체리는 흑해와 카시피아 해 사이 소 아시아가 원산이라는 데, 새들이 그걸 먹고 날아가서 배설하므로 터키, 그리스까지 씨가 퍼졌다고 한다. 그걸 재배한 것은 그리스가 처음이었고, 서양에서 개량하여 지금은 그 과육을 두껍게 하고 달콤한 맛으로 발전시켜 고급 과일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당도가 높은 체리와 시큼한(tart) 두 종류를 생산한다. 단 것은 생 과일로, 신 것은 주스나 파이 등의 가공 식품을 위해 재배한다. 세계에서 체리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터키, 미국, 러시아 같은 나라들이다. 미국에서도 달콤한 체리는 캘리포니아, 오레곤, 워싱턴 주와 같이 서부 쪽이고 시큼한 체리는 동북부 쪽이다.
우리의 앵두[櫻桃]도 영어로 번역할 때는 체리(cherry)라 하나 영어의 체리(cherry)는 우리말로도 그냥 ‘체리’라 하지만, 실상은 개량 ‘버찌’다. 꽃은 벚나무의 꽃이라 벚꽃이면서 그 열매는 ‘벚’이 힘이 없어서 인지 ‘버찌’라고 부른다. 같은 벚이 우리의 토종도 있으니 내가 자라던 데선 별로 주의도 끌지 않았지만 그걸 ‘뻐찌’라 했고, 어려서 작은 열매를 깨물어 맛을 볼라치면 시고 떨떠름했던 기억이 난다. 일본인들이 ‘사쿠라’를 우리 도시에 심기 시작해 우리도 벚꽃이 곳곳에 널리 봄 꽃을 위해 퍼져나갔다. 그래도 열매는 관심이 없었는데, 근년에 체리가 세포의 노화 방지에 좋다는 항산화 물질(antioxidents)이 많이 들었다 해서 한국에서도 비싼 과일이 되었고, 대개 캘리포니아에서 수입되고 있는 형편이다. 나는 정독 도서관에 종종 다니면서 벚꽃이 만발한 봄이 좋았고, 6월 쯤엔 거기 버찌가 열렸다가 익어서 떨어져 더러 주워 맛을 보았다. 완숙해 땅에 떨어지면 벌겋게 물이 들 정도, 그 맛은 달싹하기도 했으니 우리 재래 종 버찌보다는 더 달고, 수입되는 개량 체리는 따를 수 없어서 과일이 되진 못한다. 시장에서 앵두보다 훨씬 굵은 선홍색의 탱탱한 수입 체리는 달고 먹을 만한 좋은 과일이지만.
지금 얘기는 ‘체리 피킹(cherry-picking)'이다. 따는 데는 체리나 앵두가 흡사하다. 앵두 따먹을 때면 조롱 조롱 달려서 한꺼번에 많은데, 익는 속도가 제각각이라 굵고 잘 익은 놈을 골라서 맛있게 따먹으려면 선별이 중요, 같은 나무에서 같은 순간에 따도 그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제일 좋은 것, 제일 맛있는 것, 제일 예쁜 앵두를 골라내는 것이 필요하다. 체리 따는 동영상을 보면 내가 큰집 뒤뜰에서 따먹던 앵두 따기였다. 과수원 체험은 몰라도 종종 보는 케이크 장식에서 꼭대기에 꽂힌 빨간 체리 한 둘은 대게 잘 안다. 아랫부분 큰 케이크보다는 거기 홍일점 체리만 얌체 같이 쏙 뽑아 먹는 사람을 체리-피커(cherry-picker)라고 한다. 제일 좋은 것만 쏙 빼 먹는 경우를 두고 하는 표현이 영어에서 체리-피킹(cherry-picking)이니까. 우리의 경제 생활에도 세일(sale)하는 가게에 가서 꼭 이로운 세일 항목만 쏙 뽑아서 사고는 지갑을 닫는 것이 체리-피킹. 자기 유리한 것만 취하거나 예로 들면서 확증-편집 경향(confirmation bias)을 보이는 경우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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