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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天下不如意

天下不如意/ 뜻대로 안 되는 세상
흘러간 옛 노래로 유명했던 미국의 가수 시나트라(Frank Sinatra/ 1915-1998)의 ‘마이 웨이(My Way)'는 참 멋지다. “나는 내 길을 걸어 왔노라!” 좋아해서 몇 번이고 그 노래를 거듭 감상하곤 했다, 듣기만 해도 감동적이고 신 난다. 온갖 기쁨과 시련을 겪었지만 ’나는 내 방식대로 소신껏 살아 왔노라‘고 그렇게 살다가 마침내 인생 종막에 또 그렇게 부를 멋진 노래다. 그런데 당(唐)나라 때 시인 방현령(房玄齡)이 지은 진서(晉書 羊祜傳)에는 서진(西晉)의 출중한 실력의 전략가며 장군이고 정치인이었던 양호(羊祜)의 말을 기록하였으니, 내가 원하는 방식과는 또 다른 이치였다.
양호의 탄식, “천하 인생에는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늘 열 가지 중에서 일곱 여덟은 된다. 그러므로 마땅히 결단해야 할 때에도 우물쭈물하게 된다(天下不如意 恒十居七八. 故有當断不断).” 이 말의 배경은 3세기에 선비(鮮卑)의 수령 독발수기능(禿髮樹機能)이 지금의 내몽고자치성(內蒙古自治省) 동북 쪽에 막강한 체제로서 서진을 침공했던 난리의 때였다. 양호 장군은 이때에 적군이 여러 차례 패배하는 것을 보았으니, 마땅히 속전으로 무찔러야 했지만 의논을 결단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우물쭈물하는 동안에 성공을 거두지 못하자 조정에 올리는 표문(表文)에서 한 말이었다. 후대엔 그 말을 간략하게 ‘불여의항칠팔(不如意恒七八)’이라 하여 흔히 ‘뜻대로 안 되는 일이 (열 가지 중에서) 늘 일 여덟은 된다’는 격언으로 전해오고 있다.
잘 나갈 때는 의기왕성(意氣旺盛)해서 혼자 황소 한 마리를 다 잡아 먹을 것처럼 기개를 부리기도 한다. 산이라도 혼자 뽑아낼 것 같은 한창의 항우(項羽/ 232-202 BC) 장사도, 15년 전쟁에서 한 번도 패배하지 않고 당시의 천하를 정복했던 젊은 알렉산더 대왕(Alexander the Great/ 356-323 BC) 같은 야망도, ‘남아가 20대에 나라를 평정하지 못하면 어찌 사나이라 칭송 받으랴!’던 우리 남이(南怡/ 1443-1468) 장군도. 결국은 어떤가? 족적(足跡)에 큰 발자국은 혹 남겼다 해도 인간의 나약한 한계에 안개처럼 청춘에 다 스러져가지 않았나. 알렉산더는 33세에 한 달을 마저 채우지 못했고, 항우는 갓 30세에, 남이는 20대에 병조판서 되었으나 만 25세에 스러졌다. 1,700년 전의 양호(羊祜/ 221-278) 장군도 선비(鮮卑)의 군대를 다 이기지 못했을 때에야, 천하 인생엔 열의 일곱, 여덟은 내 뜻대로 아니 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코비드-19에 막힌 오늘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에 동의할까 나. 여름 가고 가을이 오는 깊이의 메시지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든다(The grass withereth, the flower fadeth/ 사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