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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Real Life / 삶의 현실

Real Life/ 삶의 현실

종심(從心)의 한 칠순(七旬) 친구가 노익장(老益壯)으로 아주 쌩쌩했는데 별안간 무릎이 아파서 거의 매일 하던 등산을 중지하더니, 또 다른 이는 순환기의 비정상으로 생활 리듬이 데크레셴도(decrescendo)로 변했다. 부인의 허리가 아파 곁에서 수발을 들어야 하는 종친이 생기더니 한 동창의 아내는 불면증에서 신경 불안으로 쉬쉬 하면서 걱정이 늘어졌다 네 . 지극히 고생스러운 항암(抗癌)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걱정하는 다급한 친지도 있으니, 인생이 이토록 취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대개는 잊어버리고 살지 아니 하는가.

어느 날 뜻밖에 빨간 신호등이 내게 켜질 때, 당혹감이 드는 내면의 비밀이 표면에 나타나면서 정신적인 곤경 속으로 빠져든다. 실상 비극은 어디까지 가 한계인지, 내 통제에서 고삐가 풀린 듯 인간의 본성에 내재해있던 현상이 경험의 현실로 노출되는 상황을 어찌해야 하는가? 탈도 없고 고통도 없는 기쁨의 삶을 그리도 열망했건 만 찬란하던 희망의 추구와 잘 나가던 진로에 고통과 고난이 겹쳐올 때, 그렇게 피하려고 만 했던 장애물과 통증이 적나라한 그 역경의 반경으로 직접 들어올 줄이야! 왜 나인가?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단 말인가? 처음엔 당차게 항거 해 보는데, 중첩된 고난의 공격이 거세질 때엔 타자(他者)의 원군(援軍)을 요청해보고, 평소에 멀리했던 종교적 기원과 그렇게 외면했던 부녀자들의 권고에도 새삼 기웃거리게 하지 않던가. 점을 칠까? 기도를 올려야 하나? 견디다 못한 아내는 무당의 말에 굿을 하라는 장모의 권고가 있었다 네. 하기는 대선(大選)과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는 정치인들이 선거 철이 다가오면 제 3자를 시켜서 점 집의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며, 풍수의 말에 따라 부모의 산소를 면례(緬禮)하고, 유리한 날받이와 행동 개시의 방향까지 점쟁이의 조언을 따른 다잖아. 사업이 어려워지면 풍수의 권고로 사업장의 터전을, 행선지와 출장 날짜까지도 변경한다네.

새삼 철학적, 심리학적 접근의 메시지도 듣는다, “오, 집착을 버리시오.” 고상한 이치의 현자처럼 보이는 이는 조언한다, “환락의 발화(發火)를 멈추시오.” 갱년기와 소위 제 2의 사춘기라는 50대가 넘으면 젊었을 때의 정열과 정상 에로의 추구와 열정도 다소 식었지만 내면의 소리라면서 속으로 향하려 던 차에 다른 차원의 경종에도 귀가 솔깃해진다. 어찌하나, 포기하고 중단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