良知良能/ Natural Ability
서양 철학에서 선험(先驗/ a priori)이라는 개념과 같은 것인데, 깊은 생각을 하지 않고도 알고 배우지 않고도 행할 수 있는 능력(能力)을 뜻하니 이는 맹자(孟子)의 성선설에 근거한다. 인간이 이미 얻은 경험(經驗)이나 배운 교육(敎育)에 의하지 않고도 선천적으로 사물을 알고 행할 수 있는 마음의 작용을 설명하는 표현이다. 맹자(孟子 盡心上)가 말했다, “사람이 배우지 않고도 잘할 수 있는 것이 양능(良能)이고, 생각하지 않고서 도 아는 것이 양지(良知)이다. 어린아이라도 자기 어버이를 사랑할 줄 모르지 않으며, 자라나서는 자기 형을 공경할 줄 모르지 않는다. 어버이를 어버이로 받드는 것이 어짊[仁]이요, 나이 많은 이를 공경하는 것이 옳음[義]이다. 다른 것이 없으니 그것을 온 천하에 펴나가는 것이다.” (孟子曰, 人之所不學而能者 其良能也, 所不慮而知者 其良知也. 孩提之童 無不知愛其親也, 及其長也 無不知敬其兄也. 親親仁也 敬長義也, 無他達之天下也).
양(良)이란 것은 인간 본연의 선함이 된다. 그래서 정자(程子)가 일렀다, 양지양능(良知良能)은 모두 이로 말미암지 않은 데가 없으니 이는 곧바로 하늘에서 나왔으므로 인간에게 매여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 해제(孩提)는 아이 중에서도 두세 살처럼 안고 손을 잡아주는 어린 아이를 말하니, 그렇게 철부지한 아이라 할지라도 어려서부터 저절로 부모를 사랑할 줄을 알고 장성 하여서는 형, 곧 어른을 공경할 줄 모를 수가 없다는 설명이다. 친친경장(親親敬長)이란 유가(儒家)의 기본 도리인데, 어버이를 친애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것은 곧 한 개인의 사사로운 작은 행위이지만 온 세상에 모든 인간에게 똑 같이 미치는 근본적인 인간의 도리라는 뜻이니, 이토록 인의(仁義)란 단순한 원리라는 설명이 아닌가. 요약하면 어버이를 사랑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것은 누구나 저절로 알고, 할 수 있는 양지양능(良知良能)이란 설명의 개념이다. 이것이 유가에서 말하는 그 거창한 인의(仁義), 곧 공맹(孔孟)의 핵심 사상이니, 실상은 아주 간단하고 누구나 쉽게 실행하는 자연적인 인륜의 기초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말하자면 인간의 양식(conscience)에 고마움이 생겨서 저절로 알 수 있으니[awakening] 그것이 바로 인간이 제일 먼저 할 수 있는 좋은 능력이라는 설명인 셈이다. 마치 사람이 선한 마음으로 남을 신뢰를 하면 자신의 마음에 기쁨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심성의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 맹자는 바로 이 인간의 본성(本性) 곧 선성(善性)을 기본으로 하여 거기서 발흥하는 마음을 길러서 그것을 가까운 데서 부터 실행하고 온 인류와 만물에 이어 나아가는 것이 인의(仁義)라는 것이다. 이에 유가에서는 불가(佛家)는 세속을 멀리하므로 허적(虛寂)에 빠지고, 도가(道家)는 신비적 이상에 빠져서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유학(儒學)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문제에 마음을 단련하여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송나라의 왕양명(王陽明/ 1472-1528)의 치양지(致良知)가 바로 이 맹자의 양지양능의 개념에서 육구연(陸九淵/ 1139-1192)이 말한 “만물이 다 나에게 완비 되어 있으니 반성하고 정성을 다하면 이 이상 더 즐거운 것은 없다”는 말에 이어 마음을 다스려야 하다는 양명학(陽明學)이 마음을 다스리는 심학(心學)이 최우선이라는 이론을 주창 하였다. 자연적인 능력이 양지양능(良知良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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