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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Do Something New/ 새로운 시도

Do Something New/ 새로운 시도

 작은 내 시골 고향 집에서 생전 처음 20 리 거리의 시내로 이사를 했다, 철부지 17살에. 언덕 위의 작은 집은 좀 떨어진 데서 물을 길어 와야 했던 게 큰 흠집이었다. 여름 방학 첫날 나는 곡괭이를 하나 사서 작은 마당 한가운데를 그냥 파기 시작했다, 이웃이 와서 여긴 물이 나지 않는다, 앞 뒷집이 마찬가지라 물을 길러올 수밖에 없다는 논리이고, 그 증거로는 이런 석벽의 언덕에는 샘물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다. “파 본 적이 있었나요?” 없었지만 날 수가 없는 논리는 정연했다. “한 번 해 보렵니다.” 2m 내려가니 흙을 버킷(bucket)으로 퍼 올려야 하고 혼자서 는 안 되니, 동생을 부르고 어머니께서도 도우셔서 받아 올리고 나는 속에서 퍼 담아준다. 4m 내려가니 제법 힘이 들었고 일은 생각보다 훨씬 커졌다. 좁은 뜰 안은 흙 천지, 작업은 길어졌지만 물은 나지 않았다. 의심도 들고 포기하는 편이 낫다는 조언도 나왔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는 결심으로 이어갔다. 꽤나 깊어진 끝에 흙이 축축해지고 차츰 물이 비치더니, 아 드디어 조금씩 물이 고였다! 이젠 흙탕물까지 담아 올리자니 더 복잡하고 일은 더디었다. 다행히 석벽의 흙이 무너져 내리지는 않았다. 샘이 펑펑 솟진 않아도 파는 대로 물이 고여 들었다. 이로서 펌프를 위한 쇠 파이프를 사다가 박고서 바닥 둘레에는 강가에서 돌을 실어다 가득 채웠다. 그리고 흙을 덮고 펌프를 작동하니 마침내 뜰 안에서 물을 퍼낼 수 있었고, 앞뒤 집에서도 길어가게 되었다. 가장 보람 된 그 방학이었다.

 오늘 우리는 새로운 무엇을 해볼 수가 있다. 오늘을 그냥 지나가게 할 것인가? 새해를 맞았고, 또 어느새 1월도 다하여간다. 새해는 새롭고 오늘도 새롭다. 어제처럼 그냥 편안한 대로 머물러 만족할 수 있지만, 내 일상(日常)의 안락한 지대(地帶)에서 일어나 새로운 무엇을 다르게 시도할 수도 있다. 전적으로 내 의지와 결의(決意)에 달렸다. 어린 아이는 호기심이 가득하고, 눈만 뜨면 새로운 무엇인 가를 해보려고 하지 않는가. 너무 나도 익숙한 어른에게는 그저 똑같은 돌멩이에 불과하지만 어린아이는 그것을 집어 들고 굴려보며, 비비기도 하고 두들겨 보고 툭툭 쳐서 탐색한다. 옆에 다른 아이가 있으면 그걸로 서로 뺏기도 하고 주었다 받았다 하면서 깔깔 대기도 한다. 그냥 돌이 아니라 그것으로 새로운 학습을 하고 감정의 기쁨을 자아내며 그것으로 새로운 행복을 산출한다. 어른에게는 늘 있는 한갓 된 돌멩이에 불과해도 새롭게 시도하면 무엇인가 새로움이 일어난다.

 생뚱맞을지 몰라도 새롭게 요가를 배운다면, 아프리카 음식점을 찾아볼까, 동대문의 몽골 식당을 가보면? 경의선(京義線)을 타고 도라산역을 갈 수도 있고, 한 번도 안 가본 섬을 가면 어떨까? 오, 외 발 자전거나 청년처럼 싱싱이[Electric Kick-board]를 탄다. 토마토 계란 요리, 구운 바나나로 디저트를 만들어 보라. 퉁소 불고 하모니카를 새로 배워도 좋다. 인터넷에 나 만을 위한 블로그(blog)를 만들어 내 글을 모아둔다. 해보고 싶었는데 시간 없어 못했던 목공예를 시작해볼까? 만주어(滿洲語)나 몽고어(蒙古語)를 시도, 어쩜 옛 신라 이두(新羅 吏讀)를 시작해 봄도 엉뚱하겠지? 무주구천동 같은 데로 여행 한다든지, 내가 못하는 저글링(juggling)을 배우거나, 단편 소설을 한 번 써볼까? 손자하고 새로운 컴퓨터 혹은 핸드폰 전자 게임은 어때? 한신(韓信) 친구는 드럼을 다시 친 대요. Oh, Do Something New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