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인의글

韓愈 董生行 / 소학의 선행

韓愈 董生行/ 소학의 선행

우리 선대(先代)가 공부하던 한문의 기본 교재 중에는 소학(小學)이 있었다. 1187년 남송(南宋) 때 주희(朱熹)의 지시에 따라 그의 제자 유자징(劉子澄)이 편찬한 8세 전후의 아등들에게 유학(儒學)을 가르치기 위한 교양 입문서이다. 내편(內篇) 4권과 외편 2편이 있다. 본격적인 4서3경으로 들어가기 전에 조선 시대에는 대개 읽었으니, 실상 옛 사람들이 이를 통하여 많은 상식과 유가(儒家)의 전통과 가치관을 터득하였던 교과(敎科)가 아니던가. 이 책을 강조한 이들은 그 내용을 애독하며 필생에 읽을 가치를 역설하기도 했으니, 김굉필(金宏弼)은 자칭 ‘소학동자(小學童子)’ 라고 불렀고, 조광조(趙光祖), 이황(李滉)도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안국(金安國)은 경상도 관찰사로 있을 때 한글로 해석한 ‘소학언해(小學諺解)/를 발간하여 널리 보급하여서 나의 큰 댁에도 그것을 지금껏 보존하였다. 그 외편에 선행(善行)을 장려하는 예화들이 소개되었고, 그 중의 하나가 당(唐)나라 때의 출중한 문장가인 한문공(韓文公), 곧 한유(韓愈)가 지은 ‘동생행(董生行)’이 소개되어 있다.

안풍현(安豊縣)에 당(唐)나라 때 동소남(董召南)이 조용히 살았다. 자사(刺史)가 황제에게 추천하지 않아 상급도 받지 못하고 이름 없이 살 뿐이었다. 하급 아전(衙前)만 날마다 세금으로 살림을 빼앗아갔다. “아, 동(董) 선비가 안타깝네. 효도하고 사랑하였으나 사람들이 알지 못했네. 오직 하느님만 알았으니, 상서로움은 때 없이 생겨났네. 집에 개가 새끼 젖을 먹이다가 먹을 것 구하러 가자, 닭이 와서 그 강아지들 먹였네. 뜰의 벌레 잡아다가 먹이나, 강아지가 먹지 않아 슬피 울었네. 방황하며 주저하고 오래 떠나가지 않으며 날개로 감싸서 어미 개 돌아오길 기다렸네. 아, 동(董) 선비여! 누가 짝 하랴! 시속(時俗) 사람들은 부부가 서로 학대하고 형제가 원수 되며, 임금의 녹(祿)을 먹으면서도 부모를 근심 시키니 이 또한 무슨 심사(心思)인가? 아아! 동(董) 선비여, 행실은 그대와 짝 할 사람이 없네(嗟哉董生, 孝且慈人不識. 唯有天翁知, 生祥下瑞無時期. 家有狗乳出求食, 雞來哺其兒. 啄啄庭中拾蟲蟻, 哺之不食鳴聲悲, 彷徨躑躅久不去, 以翼來覆待狗歸. 嗟哉董生! 誰將與儔. 時之人夫妻相虐 兄弟爲讎, 食君之祿 而令父母愁 亦獨何心? 嗟哉董生, 無與儔.).”

이는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으로 이부시랑(吏部侍郞)을 지내고, 자(字)는 퇴지(退之), 호가 창려(昌黎)인 한유(韓愈/ 768-824)의 창려집(昌黎集)에서 인용하였다. 한유의 문풍(文風)은 조선의 선비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바가 되었고, 여기 그의 글을 통하여 소박한 조선 선비들의 삶의 한 표본을 안내한다고 보겠다. 비록 나라와 정치 상황이 알아주지 못하더라도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고, 부지런히 일하고 성실하게 공부하는 소박한 선행을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