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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약보다 기쁨을 / 勿藥有喜

약보다 기쁨을/ 勿藥有喜

‘물약유희(勿藥有喜)’의 처방은 주역 무망괘(周易 无妄卦)의 구오(九五)에 나오는 말로, “잘못이 없는 병이니 약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낫는 기쁨이 있으리라(无妄之疾 勿藥有喜)”는 데서 나왔다. 이를 현대식으로 바꾸어 말하면 약보다 기쁨을 갖는 것이 낫다는 뜻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약을 쓰지 말고 기쁨을 가지라’고 말이다. 근 4백 년 전 윤선도(尹善道)가 고향 해남(海南)에 병으로 물러나 있을 때 1644년 당시 인조(仁祖)에게 올린 갑신소(甲申疏)에 언급한 물약유희(勿藥有喜)를 고산집(孤山集)에서 읽었다. “옛 사람이 이르기를 ‘병이 생기면 약을 쓰라’ 했는데, 저는 먼저 병의 근원을 밝히고 다음으로 치료법 논하기를 청합니다(古人云 ‘發其病而藥之,’ 臣請先論病源 次及治法).” 그것은 약보다 마음의 처방, 곧 마음의 안정을 가지는 것이 더 좋다는 이론이 아닌가.

마음이라는 것[心者]은 온 몸을 관장하는 주재자입니다(一身之主宰). 그러므로 오장(五臟)과 육부(六腑), 아홉 개 인체의 구멍과 백 개의 맥(脈)과 기혈이며 음양이 순조롭고 거스르며, 성하고 쇠하며 편안하고 병나는 것이 모두 마음 하나와 관계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마음 하나가 편안하면 온 몸이 다 편안하고, 바람과 추위, 더위와 습도, 귀신의 미혹이나 온갖 사악함이 저절로 들어올 수가 없지만 마음 하나가 불안하면 그 반대가 됩니다. 그래서 옛 사람들이 말하기를 ‘마음이 고요하면 만병이 없어지고 마음이 흔들리면 만병이 생긴다(心靜萬病息 心動萬病生)’고 했습니다. 이는 옛날부터 사람들의 많은 경험에서 입증되지 않았겠는가. 마음이 몸을 주장하므로 마음 하나가 평안하고 안정되어 정상적이라면 어찌 다른 사악함이나 바깥으로부터 악이 들어와서 병을 유발할 수가 있겠는 가라는 논의가 된다. 물론 세균이나 독극물이나 화학적 이물질이 우리의 신체를 괴롭힐 수도 있겠지만 마음이 안정되면 일반의 부조화는 막아낼 수 있으니 그것이 자연의 원리라는 경험론적 해석이다.

내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것이 병을 이기는 방법임을 예부터 사람들은 알고 있었건만, 우리는 기쁜 마음, 행복한 마음 가지기가 왜 어려울까? 근심하지 말고 행복해야 하는데. 이미 3천 년 전에도 같은 뜻이 성서에 있으니, “마음의 즐거움은 좋은 약[良藥]이라도 심령의 근심은 뼈를 마르게 하느니라(잠17:22).”/ A merry heart doeth good like a medicine: but a broken spirit drieth the bones(KJ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