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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남의 땅에서 나는 여태 무얼 하고 있는가?

 

 

남의 땅에서 나는 여태 무얼 하고 있는가?

                                  - 하 태 규 -

 

 

나의 살던 땅은 먼 동쪽.

끼리 끼리 모여 사는 정다운 산골.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비치는 인정의 나라.

빈손으로 와서 나무를 심고,

나부가 커서 수풀이 되고,

하늘을 바라보며 뿌리를 내린다.

 

봄이 기고 여름이 가고,

온 누리에 퍼지는 나팔소리가,

싱그러운 가을을 알리는데,

꿈에서 깨어보니 남의 땅이다.

 

호수 넘어 보이는 먼 하늘 저쪽,

만년 묵은 눈산이 저녁노을에 타면,

해묵은 외로움은 달랠 길이 없다.

 

반평생을 살고 나도 남의 땅이고,

한평생을 살아도 남의 땅인데,

이 땅에서,

나는 여태 무얼 하고 있는가.

 

 

1953년 동래고 32회 입학 2학년 마치고 1955년 서울대문리대화학과 입, 1959년졸과 동시에 서독정부초청유학,
취리히대학40년간 봉직, 노벨화학상 후보로 거론, 한국이 낳은 대석학.

무언가 모르게 허전함을 느끼고 있는 듯, 먼 이국 땅에서 고국산천을 향하는 절실한 맘은 한 수의 시로 녹아
심금을 울리고 있다.

제287호 동래고동창회보 윤상천(32회) 기고문에서
 
지난 9월에 윤상천 선배님께서 신동대(32회)선배님과 함께 10일간
동구라파 여행 중에 스위스 연방 취리히 공과대학 석좌교수를 지낸
하태규 동문을 방문의 기고문 중 일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