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1
붉은 치마 노란 저고리를 입고
피어난 꽃망울
어느 서러운 사연이 치밀어
파도가 벼랑의 치마 끝에 부서지는
순간을 보내다
그리움이 지면
아무 말도 못하고 돌아서는
새색기처럼
꼭지째 투신하여
바다를 울게 하는가, 동백은
동백 2
그래도
지금 하얀 눈 속에
붉은 입술로 바다를 향하고 있다
흰 잔설이 파란 잎사귀에 매달리던 그 날
어제의 님처럼 동백은
수줍은 모습으로 피어 있었다
님 떠난 그날처럼
서러움이 안으로 숨어
붉은 입술을 깨물고 서 있다가
쓰러지면 동백도 지고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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