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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송정 그 고향바닷가

누가 소나무 구부러진 사이로 빛나던 하얀 파도의 거품을

보았는가

젖은 모래 위로

친구와 어울러 뛰어가며 찍어놓았던 수많은 발자국을

한숨에 지워버리고 조개꺼비질로 그림을 그리던

고향 송정의 모래사장을 보았는가

  

찢어진 런닝셔츠 사이로 가슴을 열고

소라 하나도 잡을 수 없었던 작은 손가락으로

사랑을 걸고 이마를 맞대고 있었던

바닷가 언덕에서 바짓가랑이를 잡아 흔들던 그 바람소리

얼굴은 검어도 마음은 하얗던 고향 사람들

줄 것이 없어 수저만 내놓고도 밥상에 앉은 나에게

"더 묵으라"고 다독거리던 사람들

  

누가 캄캄한 밤 파도소리가

헐렁한 창문을 열고 들어와

저 깊은 마음의 샘에서 갈매기 울음처럼 마른 소리를

지르게 하던 송정마을의 바다를 보았는가

  

  

김인길(36)선배님 "까치는 울지 않는다" 시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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