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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길상사를 돌아보고 오신 대선배님의 글 옮겨 놓아봅니다.

어제는 어느 동호회 여행방에서 가까운 고궁과 삼청각 길상사 등을 둘러보러 간다기에 나섰다.

아직은 몸이 완전이 다 낫지도 않았지만 사실 길상사가 보고 싶어서 이었다.

 

 

길상사는 원래 대원각이라는 유명한 요정 이였는데 요정주인 김영한 여사가 천억 원대의 대원각을 법정스님에게 절을 만들어 달라고 간청하고 자기는 한줌 재가 되어 길상사에 뿌려졌다고 한다.

젊었을 때 기구한 운명으로 남편을 잃고 금번으로 들어가 기생이 되어서 가무도 익혔지만 글도 많이 남겼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 글은 읽어보지 못했다.

 

아무튼 지나간 시절 정권 실세의 틈바구니 속에서 많은 재산을 모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 김영한 여사님은 떠나실 때는 법정스님의 무소유의 글에서 처럼 그 많은 재산도 다 자기에서는 별로 필요한 물건들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모양이다.

그러기에 그 많은 재산을 무소유를 주장하신 법정스님께 바쳤으리라.

 

 

어느 날 미국 로스엔젤스에서 법정스님을 만나서 천억 원이나 되는 재산을 사찰로 만들고 싶다고 전하고 운영은 사찰로 바꾸고 김영한 씨의 재산관리인이 "이사와 감사를 두어 절을 운영하자"고 주장했을 때 법정스님은 "그만두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고 한다.

"절 살림은 그 절에 사는 스님과 신도들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전통이며 그것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법정스님은 길상사는 한 번도 자기의 사찰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9년 동안 강원도에서 길상사에 오셔서 법회때 설법을 하시고 나서는 다시 강원도 벽촌으로 되돌아 가셨지 길상사에 자기 방도 하나 두지 않았고 주무시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제 두 분은 모두 가셨다.

이제부터 우리들은 그분들의 정신은 잊지 말아야 하지 않겠나.

그분들의 고귀한 삶까지야 꼭 따라야 할 필요까지는 없어도 정신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길상사는 옛 대원각 모습이 많이 남아있는 사찰 이였다.

개나리가 화사하게 피어있었고 담장에는 꼭 개나리 비슷한 영춘화가 담장을 아름답게 덮고 있었다.

 


 



 


 

 

그러나 어제 삼청각에서 길상사까지 걸어오면서 참 많은 것을 느꼈다.

젊었을 때 삼청각을 가보고

그때의 느낌은 근사한 곳에서 대접받았다는 마음속에 으스대는 속물적 근성과 그것을 누구에게 자랑하고 싶어 했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속으로 부끄러움을 느낀다.

 

 

길상사가 있는 그 곳 일대는 일반 서민이 생각하는 그런곳은 아니었다.

집집마다 엄청 사납게 생긴 도사견이 지키고 있었고

어떤 집은 담장 울타리도 이건 거의 영화에서나 보는 중범죄 죄수들의 감옥 담장보다 더 높다.

 

저기도 사람이 살가?

산다면 어떤 사람들일까?

집안에 얼마만큼 금은보화를 두었기에 저렇게 높은 담을 쳐 놓고 곳곳에 경비카메라를 설치하고도 그래도 못 믿어서 사나운 도사견까지 풀어놓았을까?

 

오면서 나 혼자 생각이지만 저 집집마다 법정스님의 " 무소유"를 한권씩 던저주고 싶어진다.

물론 읽지도 않겠지만.

 

 

아직도 세상은 살아가기 어렵고 험하다.

참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저 높은 담장 좀 나추고 과도하게 불필요한 물건도 좀 나누어 가지면 세상은 평화가 찾아올 텐데.

 

 

하긴 인류 수천 년 역사 속에서도 요순시절이 별로 없었는데

그게 이 시대에 이루어지기를 희망하는 건 이 실없는 망상가의 잠꼬대지만…….

 

 

                    2010년 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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