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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기우

사람이 나이가 드면 걱정이 많아지나 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비싼 외화주고 사오는 기름을 쓰기가 좀 아깝고, 또 차가 막히지 않는데 일조도 할 겸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휘발유값도 절약하고 걸어다니면 건ㅁ강에도 도움이 되어서 차를 가지고 다니지 않은지 괘나

오래되었다.

 

오늘 아침 버스를 기다리느라고 주차장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마침 이른 시간이라 기다리는 승객들이 없어서 30m 쯤

되는 승강장 끝과 끝을 왕복하고 있는데, 어느곳에선가 잠시 멈추어 섰더니만 마치 지진이 난것처럼 땅바닥이 심하게

흔들리면서 울린다. 승강장 밑은 지하철이 다니는 곳이라서 아마도 전동차가 지나갈 때 생긴 울림이겠지만,  그래도 무언가

미심쩍다.

이러다 무너지는것 아닌가?

전동차가 지나갈 때마다 이렇게 흔들이면서 울린다면 흙들이 조금씩 밑으로 가라앉을 것이고 그러면 중간에 공백이 생겨서

육중한 화물차가 지나가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 옛 날, 왕십리에 있는 회사를 맡아서 파견나가 있을 때 무너지기 전의 성수대교를 아침 저녁으로 왕복했다.

그런데, 어느날 보니 다리의 이음새가 평소보다 2 ~ 3cm 더 많이 벌어져 있었다. 어, 이상타? 이러다 무너지는것 아닌가?

하고 생각해서 시청으로 전화를 했다. 여기저기로 전화를 돌려주더니만, 우여곡절 끝에 관리담당자와 통화가 되었다.

 

" 다리 이음새가 평소 보다 2 ~ 3cm더 벌어져서 약 5cm정도 벌어졌는데 이거 위험한거 아니냐?  이러다 자동차 바퀴라도

그 틈새에 끼이면 사고가 나지 않겠는가?, 그리고 혹 또 너무 오래된 교량이라서 무너지는것 아닌가? "라고 하면서

보수를 요청햇더니만,

 

담당자왈 " 기온에 따라서 늘어나고 줄어들기도 하니 문제없다."고 했다.

그 때가 성수대교 무너지기 꼭 한달 전이였다.

 

무너지던 당일 1시간 전에도 그곳을 지나가면서 "이러다 무너지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면서 혹시 무너지더라도 살아야겠다고

과속으로 빨리 지나 갔는데,

내가 지나가고 1시간 후에 무너졌다.

어쩌면 천운으로 피했갔다는 생각이 든다.

 

기인지우(杞人之憂)라는 말이 있다. 줄여서 杞憂라고도 한다. 물론 이제는 고사성어가 되었지만....
열자(列子)》의 <천서편(天瑞篇)>에 나오는 말로 “杞國有人 憂天地崩墜 身亡無所倚 廢寢食者(기나라에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면 몸둘 곳이 없음을 걱정한 나머지 침식을 전폐하였다)”고 한 데서 유래한다.

 

나이가 들면 기우가 많아지는가 보다.

자고나면 걱정이 태산처럼 생기는 것을 보니까.

오늘 아침 괜히 이상한 생각이 들었나 보다.

 

한국인들의 날림공사가 아닌

튼튼한 시공으로

제발 이것이 기우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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