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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글

평행선

 

 

 

 

 

 

평행선


한치의 오차도 없이
곧게 뻗은 두개의 선로 위에
굉음과 함께 기차가 지나간 자리
황혼빛 낙엽은 주인을 잃은 듯
평행선을 떠나 이리저리 옮겨다닌다.


하늘가에 맴도는 쟂빛구름은
바람이 흩어진 지난 순간을
가까이 하고픈 생각과는 달리
일정한 공간으로 이어지는 현실이
안타까움으로 저여 있다.


처음부터 무한한 그곳까지도
간절한 만남을 외면한 채
삶의 색깔이 고통의 진한 것으로
해지는 저녁 노을에
물들어
처절함으로 배어나고 있다.


제각기 걸어갈 수 밖에 없는 두 길을
물에 머금은 동공으로 바라보며
시린
손으로 잡으려 하나 이궂은
허공만 파동시키고 있다.


아픔을 인내해야 하는
수많은 날들이 퇴색해 가고
바람부는
들녁 같은 빈 가슴에도
끝이 보이지 않는 빛 바랜
평행선을 따라가는 거친 행로가
생의 마감까지 이어지고 있다.
 


                   
1.2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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