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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우리는 이 자리에 섰다

우리는 이 자리에 섰다

                                                    김 인 길(36회)

 

 

동고에 왔다. 저 멀리 태평양 망망대해를 머리에 이고 장산 기름진 벌판

끝 우리는 교복을 입고 삐걱거리는 책상에서 이마를 맞대고 도시락 하나에

다섯이 어울려 먹어도 누구하나 밀쳐내지 않고 살았던 동고 시절 미래를

꿈꾸던 동고에 왔다.

교문을 떠나 흘러간 세월 50년 어느 토담집 그늘에서 아니면 어느 도시

유리에 반사된 햇볕이 내려앉는 아스팔트 위에서 뿗뿔이 삶의 뿌리를 내리

고 이제 머리카락이 성성해서 동고에 왔다.

피끓던 학창시절 동래고을 순국의 얼이 어린 이 땅에서 우리는 흙먼지

덮어쓰며 운동장을 뛰놀며 투철한 항일정신에 머리를 담았고 민주의 불타

는 깃발을 올곧게 드는 힘을 배워 동고 정신으로 앞날을 꿈꿨다.

세월의 파동은 거침없이 흘러가도 이 땅에 앞장서 나아가는 선배들의 발

자국을 따라 뿌리에서 줄기로 잎으로 가는 그 힘찬 수액의 상승처럼 전통의

긍지는 하늘로만 솟고 격동의 역사를 이끌고 가는 길에 낙오하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동고에 돌아왔다. 교정의 푸르른 소나무처럼 성공과 실패의

세계를 뛰어넘어 오직 하나의 빛나는 동창으로 뿌리를 함께한 어느 이름모

를 풀처럼 어깨를 의지하고 이곳에 왔다.

삶의 지친 눈물겨운 형제도 피나는 노력으로 우뚝선 형제도 발가벗은 어

린 아이처럼 아무런 부끄럼없이 이 가을 피어난 국화처럼 향기만 남고 교

정에 섰다.

바람이 불어도 무너지지 않는 돌담처럼 서로 꺼안고 살아온 자랑스러운

동고인, 정의로운 동고인, 예의바른 동고인, 동고인으로 부끄럼 없이 이 자

리에 섰다. 아 구름도 바람도 비도 햇볕도 하나의 생명이 사람답게 자라 자

손만대 사람다움을 남기는 동고인들의 함성, 50년 세월을 넘어 우리는 이

자리에 섰다.

 

 

 

위의 글과 홈캄잉 참석한 동기 이름들을 넣어 현판을 제작해 비치하고자

하시는 36회 선배님 자신들의  동고사랑이 넘침을 볼 수 있어 부러울 뿐

입니다.

향후 선배님, 후배 기수들도 계속 이어가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상기 36회 선배님들의 글이 밀알이 되어 동고의 전통과 역사를 영원히

이어가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