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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다시 찾은 문배 마을

겨울에 한 번, 가을에 한 번, 여름에 두번, 봄에 한 번,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배 마을을 다녀왔던 기억이 수 년전 가을인 것으로 생각된다.

샛노란 은행 잎이 어찌나 곱던지.... 만추의 가을 분위기가 무르 익었던 기억이 난다.

 

일요일 다시 찾은 구곡폭포와 문배마을은 상전벽해가 되어 있었고,

샛노란 은행잎을 자랑하던 은행나무는 온데간데 없다.

 

편의성을 강조하는 것도 좋겠지만,

시골 정취가 묻어나는 것도 좋을터인데

우짜자고 저리도 많이 고치고 시멘트 포장을 하는지 원, 당체 나같은 사람은 이해난이다.

 

셋집밖에 없었던 문배마을은 어느새 관광지가 되어서 일곱집으로 늘어 났고,

조용하던 분지는 어느새 대성리를 대신하여 젊은이들 동아리의 집체 훈련장으로 변하여

그 먼 곳까지와서 족구하느라고 난리법석을 떤다.

그냥 편하게 한강가에서나 할 것이지 뭣하려 그 멀리와서 그 소란을 피우는지

이 또한 이해난이다.

 

남이야 피해를 보던지 말던지 나만 즐겁게 떠들고 놀다가면 그뿐이라는

생각을 언제나 접을 것인지.......

 

문배나무가 많아서 붙어진 이름인 문배마을은 어느새 호수와 자연학습로가 있는 관광지로 변했고

'모습이 꼭 배를 가득 싣은 배모습'이라는 풍수적 용어까지 동원되어 지형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는

표시판을 보는 순간 기절할뻔 했다.

 

어찌도 저리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하는지 원.....

문배나무는 간데없고 거짓말만 판치는 상술에 아연졸도할 판이다.

 

흰 눈이 내린 겨울날 직벽에 가까운 봉화산을 한 시간여 올라

흘린 땀방울을 따뜻한 온돌 방에서 말려 가면서 모주 한사발을 파전과 빈대떡을 안주 삼아

먹고 마셨던 기억은 어느새

아련한 추억과 기억의 편린으로만 남아 같이 즐겁게 마셨던 신회장과 함께 어디로 사라지고

이제는 놀자판으로 변한 문배마을을 아린 눈으로 돌아 본다.

 

비록 언제까지 이곳이 이상향으로 남아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 사이 너무나 빨리 그리고 너무나 많이 변한 마을 풍경에,

이제 두 번 다시 찾아올 곳이 못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낙엽쌓인 길을 내려 왔다.

 

멋도,

낭만도,

분위기도 없는

놀자판으로 변한 문배 마을을 뒤로 하면서

하루 해는 그렇게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