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흰눈이 소복이 쌓여 있다.
덕분에 날씨는 좀 푹해졌지만, 길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별로다. 차가 지나갈 때마다 오염된 물이 튀니까.
말 많고 사건 많고 탈 많았던 2010 庚寅年도 이제 몇일 지나면 한 조각 片鱗을 남긴체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이 때를 모두들 歲暮, 除夜, 섣달 그믐날이라고들 한다.
원래 세모란 말은 당송팔대가 중 가장 호방한 시로 詩仙이라고 불리웠던, 아니 사실 시선이라기 보다는 酒仙이 더 맞는 말인 李白(701 ~ 762)의 將進酒에서 나온 말이다. 勸酒歌로도 불리우는 그의 시 將進酒는 이렇게 시작한다.
君不見(군불견) 그대여! 보지 못하였는가?
黃河之水天上來(황하지수천상래) 황하의 물이 하늘로부터 내려와
奔流到海不復回(분류도해불복회) 바다로 내 닫아서는 돌아오지 않았음을!
君不見(군불견) 그대여! 보지 못 하였는가?
高堂明鏡悲白髮(고당명경비백발) 고대광실 밝은 거울에 비친 서글픈 백발,
朝如靑絲暮成雪(조여청사모성설) 아침에 검은머리 저녁때 백설 됨을!
人生得意須盡歡(인생득의수진환) 인생 젊어 득의 찰 때 즐기기를 다할지니
莫使金樽空對月(막사금준공대월) 금 술통 헛되이 달빛아래 두지 말지어다.
天生我材必有用(천생아재필유용) 하늘이 나를 이 땅에 보낸 것은 쓸모가 있었음인데,
千金散盡還復來(천금산진환복래) 돈이야 흩어졌다 다시 돌아오기도 하는 것이니
烹羔宰牛且爲樂(팽고재우차위락) 염소 삶고 소 잡아 맘껏 즐겨 보세나!
會須一飮三百杯(회수일음삼백배) 한번 마시기로 작정하면 삼백 잔은 마실 일
岑夫子丹丘生(잠부자단구생) 잠부자여! 단구생아!
將進酒杯莫停(장진주배막정) 술 권하거니 잔 멈추지 말고
與君歌一曲(여군가일곡) 노래한곡 부를 테니
請君爲我側耳聽(청군위아측이청) 귀 기우려 들어주게
鐘鼓饌玉不足貴(종고찬옥부족귀) 고상한 음악 맛있는 음식 귀 할 것도 없으니
但願長醉不願醒(단원장취불원성) 다만 원커니 이대로 취하여 부디 깨지 말기를!
古來聖賢皆寂寞(고래성현개적막) 예로부터 성현들도 지금 모두 사라져 없고
惟有飮者留其名(유유음자유기명) 오로지 술 잘 마시던 이들의 이름만 남았다네.
晉王昔時宴平樂(진왕석시연평락) 그 옛날 진사왕이 평락관에서의 연회,
斗酒十千恣歡謔(두주십천자환학) 한말에 만냥 술로 질펀히도 즐겼다네.
主人何爲言少錢(주인하위언소전) 여보시게 주인양반 어찌 돈이 모자라다 하나
徑須沽取對君酌(경수고취대군작) 어서 가서 술 사오시게 같이 한잔 하자고야
五花馬千金구(오화마천금구) 오화마,천금구 따위
呼兒將出換美酒(호아장출환미주) 아이 불러 어서 술과 바꿔오시게
與爾同銷萬古愁(여이동소만고수) 우리 함께 더불어 만고의 시름 잊어나 보세!
*구:가죽옷 구(求+衣)
(譯註)
1. 天上: 황하를 이름.황하의 상류는 고원이고, 그 근원은 崑崙山이어서 이렇게 표현함
2. 고당 : 고대광실, 호화주택
3. 청사 : (청년 시)의 검은머리.
4. 得意: 자기 뜻대로 되는 것
5. 烹羔 : 새끼양을 삶는 것 烹羔를 烹羊으로도 표현 함
6. 宰牛 : 소를 잡아 요리를 만드는 것
7. 且 : 혹은 徑이라고도 함
8. 岑夫子: 이백의 친구 잠삼(岑參)을 이름. 부자는 선생이란 뜻
9.丹丘生 : 이백의 친구 원단구(元丹丘)를 이름. 生은 선생이란 뜻
10.停 : 술잔을 멈추는 것. 혹은 杯莫停이라고도 함
11. 鐘鼓饌玉: 종을 쳐서 사람을 모으고 솥을 나란히 걸어서 식사하는 大家의 식사와 구슬이나 비단과 같은 財寶
12. 賢達: 현人達士
15. 진왕 : 조조의 셋째 아들, 칠보시로 유명한 조비의 동생인 조식(曺植). 진왕에 봉해졌고, 시호가 사(思)이므로
진사왕이라 한다.
16. 평락 : 낙양의 평락관(平樂觀)으로 높은 전각을 뜻함. 지금의 하남성 낙양현 낙양성 서쪽에 있음
17. 두주십천: 한 말에 일만금이나 하는 비싼 술.
18.환학: 유쾌하게 농담하는 것
18. 主人: 이백 자신을 말함
19. 徑須 : 지금 바로....해야 한다
20. 沽取 : 술을 사오다. 사오다로 쓰인 고(沽)=매(買), 沽酒라고도 함
21. 五花馬 : 다섯 가지 털 무늬가 있는 명마.
22. 천금구 : 孟嘗君의 狐白구와 같이 값비싼 모피로 만든 옷으로 천금의 가치가있는 비싼 가죽 옷.
23. 銷 : 消와 동의어로 없앤다는 뜻
23. 萬古愁: 영원히 다함이 없는 인생무상의 슬품
多事多難했었던 庚寅年 歲暮가 다가오고 있다. 많은 일들이 일어나다보니 때로는 이백의 장진주처럼 호방하게 한 잔 하면서 모든 것을 잊고푼 심정들일 것이다.
하지만, 술이란 藥이자 毒인지라
마치 小人을 대하듯이 不可近 不可遠해야만 한다.
자칫 잘못대하여 사람이 술을 마시고
술이 술을 마신 후
술이 사람을 먹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아야만 한다.
금년 除夜에는 조용히 한 해를 돌아보는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부디 이같은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빌어 본다.
아듀! 경인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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