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산행
온통 눈이다.
아니, 눈 속에 티끌같은 내가 있다.
천지간 경계도
방위도 고저도 일순간 삼켜버린
눈의 포화 속에서 간신히 꼬물대고 있을 뿐이다.
괜한 미련과 아쉬움으로 진즉에
떠나 보냈어야할 숱한 푸른 잎을 매달고
저 홀로 동장군과 씨름하던 소나무 장수는
깃털보다도 가벼웁고 솜털보다도 보드라운 송이송이
눈꽃송이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둥치채 동강나 뒹굴고 있어라.
흰 눈은 모래밭 나일강변
하이얀 궁전에도 내리고 싸여
사각 와꾸에 처용 눈매로 안타깝게
미련떨던 이 마저도 넘어 뜨렸어라.
눈 덮힌 경포 백사장엔
숱한 밤 은밀하게 애무하던
연인을 빼앗긴 성난 파도가
허멀건 게거품을 앞세워
속절없이 세차게 밀려들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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