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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눈꽃산행

눈꽃산행

 

온통 눈이다.

아니, 눈 속에 티끌같은 내가 있다.

 

천지간 경계도

방위도 고저도 일순간 삼켜버린

눈의 포화 속에서 간신히 꼬물대고 있을 뿐이다.

 

괜한 미련과 아쉬움으로 진즉에

떠나 보냈어야할 숱한 푸른 잎을 매달고

저 홀로 동장군과 씨름하던 소나무 장수는

깃털보다도 가벼웁고 솜털보다도 보드라운 송이송이

눈꽃송이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둥치채 동강나 뒹굴고 있어라.

 

흰 눈은 모래밭 나일강변

하이얀 궁전에도 내리고 싸여

사각 와꾸에 처용 눈매로 안타깝게

미련떨던 이 마저도 넘어 뜨렸어라.

 

눈 덮힌 경포 백사장엔

숱한 밤 은밀하게 애무하던

연인을 빼앗긴 성난 파도가

허멀건 게거품을 앞세워

속절없이 세차게 밀려들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