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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산문 등

풀리는 한강가에서

풀리는 한강가에서

                         서정주

 

江물이 풀리다니

江물은 무엇하러 또 풀리는가

 

우리들의 무슨 서름 무슨 기쁨 때문에

江물은 또 풀리는가

 

기럭이같이

서리 묻은 섯달의 기럭이같이

하늘의 어름짱 가슴으로 깨치며

내 한평생을 울고 가려했더니

 

무어라 이 江물은 다시 풀리어

이 햇빛 이 물결을 내게 주는가

 

저 밈둘레나 쑥니풀 같은것들

또 한번 고개숙여 보라함인가

黃土 언덕

꽃 喪輿

떼寡婦의 무리들

여기 서서 또 한번 더 바래보라 함인가

 

江물이 풀리다니

江물은 무엇하러 또 풀리는가

 

우리들의 무슨 서름 무슨 기쁨 때문에

江물은 또 풀리는가

 

<易地思詩-3>

봄은 얼음처럼 닫힌 마음도 풀게 한다.

민들레 쑥 언덕의 무덤들 과부들과 같은 낮고 소외된 존재들에게 봄은 희망이다.

언 강이 풀리고 대지에 아지랑이가 피면 긴 설움은 기쁨이 될 것이다.

봄처녀 제 오시겠다.

 

출처 입장바꿔 행동하는 류화선 | 류화선
원문 http://blog.naver.com/ryoohwasun/130105572946 에서 가져옴.
*《서정주전집》(서정주, 민음사, 1983 초판, 1984 재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