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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산문 등

적막에 들다

 

적막에 들다

김선진

적막이 적막 속으로 파고 든다
적막의 껍질을 깨고 들어선 적막이
다시 고요해졌다
나무는 잎사귀마다
진초록 물을 그득하니 머금고
가끔 기침을 한다
그 때마다 적막이 잠시 흔들렸다
길섶 마타리 산초 달맞이꽃 개망초
좁쌀풀 달개비 갈퀴나무들 줄 지어 서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호랑나비가 길을 터주는
이천 양돈 연수원 팔월의 오솔길
가끔씩 내뱉는 내 숨결에
적막이 화들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린다
내 발자국 소리만
내 뒤를 자꾸 따라 온다.

 

 

수상소감


오랫동안 시(詩)라는 밭을 가꾸며 살아 왔습니다.
흙을 일구며 돌을 골라 내고
빗물이 잘 빠지도록 고랑을 내기도 했습니다.

봄이면 씨앗을 뿌려 조바심치며
눈부신 햇살과 촉촉한 빗소리를 기다렸습니다.

시(詩)밭은 제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만큼
그리 쉽지가 않았습니다.
잦은 우레와 천둥소리로 항상 허기와 추위 속에
알찬 열매 한번 달아보지 못했습니다.

이제 긴 폭풍우 끝의 맑게 갠 하늘이 보이는 듯합니다.

 

한국현대시인상 및 작품상 수상자 발표에서
한국현대시인상: 이신강 김선진 공동수상
고교 선배님의 형수님 글 옮겨 놓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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