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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산문 등

메꽃...고미숙

메꽃...고미숙

 

 

  

 

메꽃...고미숙

 

 

 

뜬금없이 구순 넘은 선들 댁
    쪼글쪼글한 손들어 가리킨다
    "나 저리 들어갈란다."
    차마 고개도 못 들고 새색시처럼
    몸 비틀어 가리키는 곳
    그곳은 못자리 흙처럼
    아무렇게나 쌓아올려져 있다
    어느 명당보다 나은 자리로 여긴 걸까
    선들 양반 이장해가고 없는 자리
    이장 할 때
    뼈마디 하나 찾지 못한 곳
    하필 그리로 들어가겠단다
    서른여덟에 청상과부 되어
    구순을 넘긴 선들 댁
    저 세상 가서도 첫날밤을
    선들 양반과 함께 하겠다는 말 아닌가
    선들 댁, 끝내 그의 품에서
    뼈와 살을 녹이겠다는 말 아닌가!

   

    손가락 끝에서 기어오르던 메꽃이
    창백하게 웃고 있었다
               

 

 

 
  

☆새벽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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