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꽃...고미숙
메꽃...고미숙
뜬금없이 구순 넘은 선들 댁
쪼글쪼글한 손들어 가리킨다
"나 저리 들어갈란다."
차마 고개도 못 들고 새색시처럼
몸 비틀어 가리키는 곳
그곳은 못자리 흙처럼
아무렇게나 쌓아올려져 있다
어느 명당보다 나은 자리로 여긴 걸까
선들 양반 이장해가고 없는 자리
이장 할 때
뼈마디 하나 찾지 못한 곳
하필 그리로 들어가겠단다
서른여덟에 청상과부 되어
구순을 넘긴 선들 댁
저 세상 가서도 첫날밤을
선들 양반과 함께 하겠다는 말 아닌가
선들 댁, 끝내 그의 품에서
뼈와 살을 녹이겠다는 말 아닌가!
손가락 끝에서 기어오르던 메꽃이
창백하게 웃고 있었다
☆새벽별
'시,수필,산문 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한 (0) | 2014.01.10 |
---|---|
착각의 늪 (0) | 2014.01.10 |
"아름다운 향기만 남을 때까지"에서 (0) | 2013.12.28 |
희열을 느끼다? (0) | 2013.10.31 |
‘사랑했다’ 말하지 마오 / 박옥태래진 (0) | 2013.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