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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수필,산문 등

소한

소한... 정희경


 

 

 

 

 

소한...   정희경

 

 

곡괭이가 쨍! 하고 언 땅을 튀어오른다
땅속 깊이 묻어둔 무들의 겨울 안부
꼿꼿이 견뎌온 시간
흙냄새 알싸하다
어디까지 내려가야 체온에 닿을 수 있나
들이치는 눈발에도 끄떡없는 저 성역
달빛도 더디 흘러서
긴 고요를 건넌다

 

 

 

 

* 소한(小寒)은 늘 칼바람 추위와 함께였다. 여북하면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는 말이 전할까. 섣달그믐부터 이어지는 맹추위에 문밖 나서기도 겁나는

소한이었는데, 올해는 평년을 웃도는 기온으로 지나갔다. 얼마나 다행이냐는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은 내남없이 어려운 시절 때문이다. 추위라도 덜해야 난방비 줄이고

에너지 빈곤층도 허리를 좀 펼 것 아닌가 싶은 것이다.

'곡괭이가 쨍!'튀도록 꽝꽝 어는 소한 즈음. 그래도 땅을 찍어내면 훈훈한 내를 풍기는

게 흙이다. 그런 흙 기운을 믿고 무와 배추를 미리미리 파묻고 집까지 지어놓으면 겨울

한철이 든든했다. 지상보다 따뜻한 움집 속의 흙은 무·배추를 싱싱 품고 맛도 더 달게

지켜주었다. 그 무를 깎으며 건너던 긴긴 겨울밤! 지금도 어디선가는 달빛마저 더디

흐르는 산하와 침묵에 든 지붕이며 나무들이 긴 고요를 건너리라.

- 정수자.  시조시인 -

 


 

그림/장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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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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