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만남... 문정희 (☆)
첫만남... 문정희
열일곱 살의 우수가 바스락거리는 가을밤
철 이른 추위처럼 스며왔던 그대
온몸이 떨리었지, 오래된 여학교 그 강당에서
그날 초대 시인은 머리를 상고로 깎은
우리의 시인 목월이었고
그와 함께 온 사내는
동구에서 온 눈이 큰
라이너 마리아 릴케, 바로 그였지
소녀여
시인이란 왜 그대들이 고독한지
그것을 말할 수 있기 위해
그대들 한테 배우는 사람들이오
세상의 모든 풀들이 서걱거리고
세상의 모든 새들이 한꺼번에 날아올라
나는 그만 소녀가 아니라 살로메가 되었지
릴케, 그 사내를 독점하고 싶었지
불길한 운명을 우려하는
목월의 눈매에도 아랑곳없이
그 사내를 대담하게 사랑하기 시작했네
그날 밤부터 나는 시인이 되고 말았네
라이너 마리아 릴케, 그를 만난
열일곱 살의 가을밤부터
Sammi Smith - De Grazia's Song
☆ 새벽별
부산여고동문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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