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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파키스탄: 위험 있지만 기회의 나라

9월 23일 발간된 서울대 정외과 동창회지에 게재된 글을 게시합니다.

아울러 9월 24일 만난 Ahsan Iqbal 계획.개발장관(우리의 기재부와 국토부장관에
해당)의 사진과 동 장관 사무실에 걸려 있는 슬로간 사진을 올립니다.

 

파키스탄: 위험 있지만 기회의 나라

송 종 환 주파키스탄 대사(1968년 외교학과 졸업)

1983년 수교이후 30년 동안 우리나라의 지도자급 인사가 다녀간 적이 없을 정도로 한국과 파키스탄 간의 관계는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런 파키스탄에 수교 이후 처음으로 지난 1월 29일~30일에는 강창희 국회의장이 이끄는 여․야 의원 대표단이 다녀갔고 4월 13일~16일에는 정홍원 총리가 방문하였다.

우리 총리의 파키스탄 방문은 지난해 6월 출범한 나와즈 샤리프(Nawaz Sharif) 정부가 국가 재건을 목표로 경제회생을 위해 벌이고 있는 다각적인 노력에 화답하여 국제사회가 관심과 지원을 확대해 나가는 시점에 이루어져서 시의적절 하였다.

고위인사의 방문으로 우리나라와 파키스탄 간의 관계가 증진되고 우리 기업의 파키스탄 진출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할 수 있지만, 파키스탄에는 이를 어렵게 하는 테러와 정국 불안이라는 요소가 있다.

파키스탄 테러는 파키스탄 탈레반의 반정부 무장 활동, 수니-시아파 간의 종교적 갈등, 다민족 간의 이해 충돌이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일어나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아프가니스탄과 접경한 서북부 지역과 이란과 접경하고 있는 서남부 지역에서 테러가 빈발하고 있으며, 인구 2천만 명이 넘는 제1의 도시 카라치의 일부 지역에서도 간헐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13년 5월 11일 총선에서 승리(하원 342석 중 189석)하여 집권한 샤리프 정부는 그 동안 정치적 안정과 경제발전을 착실히 진행해왔다. 그러나 파키스탄 독립 67년을 기념하는 8월 14일에 즈음하여 의회 내 제3당인 PTI(파키스탄 정의운동, 하원 34석)는 지난 해 총선 부정선거를 문제시하고 종교적 색채가 강한 사회운동단체인 PAT(파키스탄 국민운동)는 6월 17일 소속 운동원 14명에 대한 경찰 총격살해 사건을 제기하면서 총리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400km나 떨어진 라호르에서 출발한 수 만 명에 달하는 두 시위대가 수도의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있는 Red Zone에 8월 19일 도착하여 9월 22일 현재까지 총리 사퇴를 요구하면서 연좌시위를 하는 과정에 경찰과 충돌하여 3명이 죽고 수백 명이 다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9월 3일부터 의회 내 여러 야당 중진들의 적극 중재로 정부와 두 시위대 간에 작년 ‘총선 부정 주장’에 대한 검증 방법을 논의하고 있지만 교착 상태에 있다.

이러한 테러와 일시적 정국 긴장 상황을 맞아 자칫 우리는 파키스탄의 무궁한 잠재력을 잊고 파키스탄 진출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파키스탄의 잠재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파키스탄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 일찍이 골드만 삭스는 세계 각국의 미래성장 전망을 발표하면서 파키스탄을 브릭스(BRICS)에 다음 가는 국가그룹에 포함시킨 바 있다. 지난 2월 26일 ‘존 케리(John Kerry)’ 미 국무장관은 “파키스탄이 IMF가 제시한 경제개혁을 이행하면 미래의 경제대국(economic tiger)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을 방문한 ‘아지즈(Sartaj Aziz)’ 파키스탄 총리 국가안보외교 고문(외교장관 대행)에게 말하였다.

둘째, 파키스탄은 석탄, 가스, 구리, 금, 철광석 등 풍부한 광물 자원과 18~40세가 전체 인구의 57%인 1억 명이나 되는 낮은 임금(최저 임금 월 120달러)의 풍부한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고, 또 영어와 컴퓨터에 능한 숙련 기술자와 엔지니어들도 많다. 세계 기준으로 볼 때 중요 농산물들인 면화 4위, 우유 4위, 밀 6위, 사탕수수 6위, 쌀 12위의 생산량을 차지하고 있어서 성장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셋째, 파키스탄이 육지로는 서남아, 중앙아, 중국, 중동을 연결하는 통로이며 해양으로는 페르시아 만 입구이어서 지경학적으로 중요한 전략적 위치에 있을 뿐만 아니라 인구가 1.9억 명으로 세계 6위이고 한반도의 3.5배가 되는 방대한 영토여서 큰 소비시장이기도 하다.

넷째, 최근 1개월 가까이 계속된 시위로 각종 경제지표가 일시적으로 위축되었지만 전반적으로 경제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2013/14 회계연도 파키스탄 경제는 4.14% 성장률을 시현하고 환율도 1달러=98~99루피로 안정세를 보였고 카라치 증권시장도 2013/14 회계연도에 37.6%의 성장세를 나타내었다. 미국의 전문조사기관인 Pew Research의 2014년 봄 조사에 의하면, 파키스탄의 경제 개선에 대한 전망치가 2013년 17%에서 37%로 높아졌다.(한국은 20%에서 33%로 상향)

이러한 잠재력에 더하여 간과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파키스탄이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단기간에 주는 나라로 발전한 대한민국을 높게 평가하고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증진시키려는데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부응하여 전자, 화학, 제과, 철강, 건설, 수·화력 발전, 방산, 조선소, 철도 등의 분야에 이미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체제상 과실송금이 허용되지 않고 수교 전이어서 출입국이 자유롭지 않았던 1980년대 초 잠재력을 보고 경공업 분야를 시작으로 하여 오늘날 자동차, 항공 분야를 비롯한 대부분의 우리기업들이 적극 진출한 중국 시장은 우리 경제발전의 큰 바탕이 되고 있다. 파키스탄이 제한적 지역에서의 테러, 정국 불안 등 어려움이 있지만, 30년 전 중국이 안고 있던 폐쇄성에 비해서는 월등 나은 상황이므로 파키스탄의 잠재력에 눈을 돌릴 것을 권하고 싶다.

또한 파키스탄이 우리나라의 1960~70년대 초처럼 국민의 66%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농업국가임을 감안할 때 이슬람권 최초의 새마을운동 시범국가로 지정하여 본격적으로 새마을운동을 전수할 여지도 크다.

수교 31년 만인 2014년 상반기에 처음으로 우리나라의 고위인사들이 방문하여 조성한 협력 분위기에 맞추어 우리의 자본, 우수한 기술과 파키스탄의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이 결합되면 머지않아 파키스탄의 경제발전은 물론 우리에게도 중국과 같은 큰 기회의 시장이 열리게 될 것이다.

 

 

 

https://www.facebook.com/jhsong4456/posts/751574118212916

주파키스탄 송종환대사 페이스북에서 가져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