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신 제사/ 生辰祭祀
우리의 제사는 천 년을 지내왔으니, 거의 의무 감이 되었다. 제사는 왜 지내나? 기념하는 의례(儀禮)인데, 소홀하면 혼령이 화내고 정성스러우면 복 받는 신념마저 있다. 70년 가량 크리스천인 내게도 그런 문화 의식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선군(先君)의 기일(忌日)을 모르니. 6.25 때 인민군 후퇴 길에 피랍되신 후 영영 못 돌아오셨다. 선비(先妣)께서 교회에 나가기 전에도 기제사(忌祭祀)조차 지낼 수 없었으니 생존해 계실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답답해 기독교인이 되시기 전에 점을 쳤는데, 작고(作故)하셨다 했지만 확신할 수가 없었다. 막내 아드님 기다리시던 할머니는 끝내 살아오시기를 소망 하셨으니 제사를 지낼 수가 없었다. 어머니께서 교회에 나가신 뒤로는 추도식의 필요성을 느끼셨지만 그 기일(忌日)을 알 수가 없었다. 내 어렸을 때 아버님의 생신 일에 조반 식탁에서 기도를 하실 때, 아버님을 절실히 언급하셨다. 제사 형식과 비슷한 한 번의 일이셨다. 기독교 식의 추도식도 돌아가신 확실한 근거가 없어 실행할 수가 없었다. 6월 스무 엿새만 돌아오면 어머니께선 반드시 그 날을 기억하고 말씀하셨다. 사제(舍弟)가 살았을 때 누님을 청하고서 선고의 생신 일에 삼 남매가 한자리에 모여서 간략한 추도식을 거행한 적이 있었다. 동생이 고인이 되고는 그럴 기회를 갖지 못했으나 나는 아직도 선군(先君)의 생신 일을 잊지 못하고 해마다 의례(儀禮)는 없이 마음으로 기린다.
유교(儒敎) 문화에서 기제(忌祭)는 효도의 확대 예절로 4대 봉사라 고조(高祖)까지 제사한다. 기독교인은 추도 식으로 바꿔서 제사 대신 예배를 드린다. 천 년 제사 의식도 시대에 따라 변화가 있었고 조선 후기에 크게 성했으나 지금은 다시 달라지고 있다. 고인의 생신 날에 올리는 생신 제(生辰 祭)는 중국에 없는 우리만의 제사로서 시행되어 온 기록이 고려 와 조선 시대에도 있었다는 데 일반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돌아가신 이듬해에 많이 생신 제사를 지냈고, 계속 부모의 생신 제사를 지내는 가정들도 있었는데, 어쩌면 돌아가신 날보다는 출생하신 날에 제사나 추도 함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종교적 차이, 문화적 변천으로 우리 제사 의식(祭祀儀式)도 변하는 세상이다. 문제는 어느 것이 우리에게 의미가 있고 삶의 가치를 높일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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