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endar/冊曆
달력[月曆]은 현대 말이고 옛날에는 책력(冊曆)이었다. 영어의 달력인 캘린더(calendar)도 어원인 라틴어[calendarium]에서 왔으니 사람이 만든 날과 달과 해를 실용적으로 정리한 체계[system of setting days, months, years]다. 인간의 제도가 만든 태음(太陰)과 태양(太陽)의 운행에 따라 절기를 맞추어 인위적으로 날짜와 달과 연대를 체계화한 기록 방법이다. 최초로 책력이 만들어진 것으로는 지금의 중동 지역인 고대 수메르(Sumer), 다음으로 이집트, 앗시리아(Assyria), 바빌론의 달력이 만들어졌다. 중국은 황제(皇帝) 때부터라 하지만 그것은 신화적 추론이고, 실제로는 하은주(夏殷周) 시대인 것 같다. 지금 대개의 나라들이 사용하는 달력은 기원전 45년에 로마 제국의 줄리어스 시저(Julius Carsar) 황제가 명령하여 만든 것인데, 1년이 12달의 주기로 365일이고 3년에 한번 씩 366일이 되며, 한 해의 시작이 3월 1일이던 것을 1월 1일로 했던 것이다.
꽃이 피면 봄인 줄을 알고, 낙엽이 지면 가을이며, 덥고 비 내리면 여름, 얼음 얼고 눈 내리면 겨울이 온 것을 안다. 그것은 하늘이 알려주는 자연의 역법이다. 오늘의 문명을 몰랐던 원시인들로부터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이 자연 현상은 우리가 익숙하게 경험을 했고 그 리듬에 따라 살아오고 있다. 그런데 농사를 지으면서 는 자연 인식보다 더 자세하게 알아야 했으니 소위 역법(曆法)이었다. 제 때에 파종하고 수확하는 농사 법을 익힌 것이 역법이다. 인위적인 규칙을 만들어서 자연 법을 더 잘 활용하려는 방법인데, 이로움도 있지만 반드시 정확한 것은 못 되어 사람이 만든 역법은 긴 세월에 많은 변화를 거쳐 오면서 시행착오도 있었다. 옛 시골의 경험은 살구 꽃을 보면 밭 갈기를 재촉하는 파종기를 알아 소 몰고 쟁기를 지고 가는 농부들이 바빠졌다. 창포가 무성해질 때는 농사일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한(漢)나라 유향(劉向)이 펴낸 설원(說苑)에 이처럼 농사를 일깨우는 역법이 나타난다. 큰 더위 곧 하지(夏至)에 기장과 콩을 심는다[大火中而種黍菽] 하였다. 내 어려서 들었던 어른들의 얘기가 지금까지도 기억나는 농법은, “뻐꾸기 울면 파 씨 틔우기 어렵다” 했다. 지금 생각하면 햇볕이 뜨겁기 시작하면서 얕게 덮어야 하는 파 씨가 흙이 쉬 마르므로 습도가 약해져서 발아가 어려웠던 탓이다. 조금 더 일찍 서늘할 때 봄 파를 심어야 한다는 뜻, 해가 너무 뜨거우면 그늘을 막거나 습도를 유지해 주어야 했을 것이다.
예전의 역법에는 1년의 날 수를 12달로 나눌 때 해마다 정확히 맞아 떨어지지 가 않았기에 윤달을 추가해야 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늘날까지도 그러하니, 음력은 3년마다 윤달 하나를 추가하고, 약력은 4년에 하루를 더하는 윤일(閏日)을 추가하지 않는가. 자연의 이치가 치밀한데, 인간이 계산하는 역법과는 딱 떨어지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도 기나긴 세월에 인간이 만든 역법이 우리의 삶의 균형과 질서에 이바지하였음에도 조금은 부족한 데가 있으니 지금의 일기예보도 그러하고, 일식과 월식이며 태풍의 방향과 시간도 명확할 수는 없는 것과 같다. 지구가 돌고 태양이 움직이는 데는 날과 달과 해가 정해져 있지 않으나 사람이 1년을 12달로 나누고, 한 달을 30일 정도로 정하며 연도를 만든 것이 역법이지만 자연은 그런 것 없이 돌아가는 현상이 아닌가. 월력/ 책력을 만들어야 우리가 감을 잡고 계산하며 거기에 따라 실용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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