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葉知秋/ 일엽지추
말복(末伏)도 어제 지난 음력 7월 초순. 무더운 여름 시달리던 농부가 갑자기 큼지막한 오동나무 잎 하나가 설렁설렁 떨어지는 걸 본다, 돌연, “아 가을이 오누나!” 한 잎 낙엽을 보면 장차 가을임을 안다는 오랜 동양의 숙어가 일엽지추. 회남자(淮南子 說山)에서부터 나타난다는 데, 자연 현상이 어김없이 낌새[幾微]를 보여주는 징조를 비유한다. 나뭇잎 중에서 오동이 가장 컸고, 오동나무는 가을이 오기 전까지는 거의 잎이 떨어지지 않는다. 오동 잎이 떨어진다는 것은 가을의 첫 징조로 옛 사람들은 관찰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물의 이치를 깨닫는 격물치지(格物致知)의 현자는 작은 것을 보고서도 큰 것을 파악한다는 이치도 그렇게 비유한다. 한 조각 낙엽이 장차 가을 날씨가 옴을 알게 해 주는 예보인 까닭이다. 삼복더위에 가을이라고? 에어컨디션이 없던 옛날에는 피서를 위해 산속에서 지내다가 음력 7월이 되면 산장(山莊)을 떠나 집으로 돌아온다. 땀 많이 흘리던 여름 농부도 이제 허리를 펼 때이니 우리 민간에는 예전 농경 사회에서 음력 7월을 어정 칠월이라 하지 않았나.
시경(詩經 豳風 七月)에 “(음력) 7월은 화성이 (서쪽으로) 흘러가고 9월이면 (추워지니) 새 옷을 입혀주어야 한다(七月流火 九月授衣)”고 했다. 대화성(大火星) 곧 심숙(心宿)이 서쪽으로 흘러가므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온다는 뜻이다. 날씨가 시원하게 변하니 9월이면 싸늘하게 될 때를 대비하여 겨울옷을 입힐 준비를 하라는 예고인 것이다. 그러므로 음력 7월은 초 가을이 시작되는 때를 말하여, 초 칠월(初七月 또는 맹추(孟秋)라 한 것이다. 음력 7, 8, 9월 석 달을 삼추(三秋) 곧 가을이라 했다. 그런 맥락에서 기다림의 초조함의 표현을 ‘하루가 가을 석 달을 기다림처럼 지루하다[一日如三秋]’라고도 했던 것이다. 이젠 가을을 얘기해야 한다. 이제는 옛날 서운관(書雲觀)에서처럼 월령(月令)을 알려주지 않으니 스스로 날씨를 알고 달력에 따라 가을을 준비해야 한다, 책을 더 가까이하는 가을 같이.
예전에는 조선 시대의 관아(官衙)인 서운관(書雲觀)의 일이었다. 하늘의 이치를 헤아려 천문(天文)을 관측하여 달력과 같은 역서(曆書)를 만들고 심지어 나라의 길흉을 점치는 것 까지 담당한 전문 기관이었는데, 거기 또 현인(賢人)의 죽음을 점치는 일 까지도. 고려 충렬왕(忠烈王) 때인 1308년에 서운관으로 이름을 바꾼 이래로 조선 시대 내내 있었다. 고려 때 일찍이 천문을 헤아리며 천재지변을 관측하면서 기록하고, 관상대와 같은 절기와 날씨를 측정하고 관장하던 중요한 기관. 정3품의 책임자와 20여 명의 직원이 있었을 정도였다니까. 세종 때는 서운관에는 영의정의 책임 밑에서 60명의 관원이 있었으니, 장영실(蔣英實) 같은 과학자가 우리의 유명한 해시계 앙부일구(仰釜日晷)도 만들었다. 음력 7월의 일엽지추(一葉知秋)로 계절과 가을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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