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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韩信匍匐/ 한신의 굴욕

韩信匍匐/ 한신의 굴욕


포복(匍腹)은 우리가 군대에서 엎드려 기는 훈련을 받을 때 흔히 사용하던 말로, 배를 땅에 붙이고 바짝 엎드려 긴다는 의미다. 우리말의 같은 발음이나 한자(漢字)를 포복(抱腹)이라고 쓰면 포복절도(抱腹絶倒)로 배를 끌어안고 넘어진다는 줄임말로 너무 웃어서 쓰러질 지경이 된다는 뜻이다. 포복(飽腹)이라고 하면 배부르게 먹는다는 포식(飽食)과 같으며, 포복(怖伏)이라면 무서워서 엎드린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이 포복(匍匐)은 단순히 기어간다는 표현이다.
진시황(秦始皇/ 259-210 BC)의 막강한 제국이 무너지고 한(漢)나라를 세울 때에 유방(劉邦/ 247-195 BC)을 도와 건국에 큰 공을 세웠던 유명한 한신(韓信/ ?-196 BC)이 있었다. 그의 젊은 날에는 힘들고 아주 가난하여서 빨래하는 아낙네에게 밥을 얻어먹기도 했고, 망나니들이 깔보고 대들 때에는 아니꼽지만 하찮은 일에 시간과 정력을 소비하지 않으려고 차라리 굴욕을 참았던 에피소드가 오래 세상에 전하고 있다. 지금의 강소성(江蘇省)에 속한 회음(淮陰)의 푸줏간 청년들이 한신을 모욕하였다, “키는 크고 칼을 차고 다니길 좋아하는 주제인 겁쟁이야. 네가 죽일 수 있거든 날 찔러봐! 죽일 수 없다면 내 가랑이 밑으로 지나가라!” 한신은 생각했다, 그리고는 구푸려 그의 가랑이 밑을 포복(匍匐)하여 지나갔다. 온 장안에서 그를 겁쟁이로 비웃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지금껏 사람들은 유명한 고사로 되뇐다, “장래에 큰 뜻을 품은 사람은 눈앞의 부끄러운 굴욕도 참고 이겨낸다.” 사기(史記 淮陰侯列傳)에 전하며, 흔히 들 이를 과하지욕(胯下之辱)이라 하니, ‘사타구니 밑의 치욕’이란 뜻이다. 또는 이를 ‘한신 포복(韓信 匍匐)이라고 도 한다. 소인배(小人輩)는 하찮은 일에 신경을 쓰는 것이 다르다고 하니 대범(大汎)한 사람은 보다 멀리, 더 높이 보는 자세를 지닌다. 진정으로 용기가 있고 대범한 장사(壯士)는 호랑이 앞에서는 눈썹도 까딱 하지 않을 수 있지만 하찮은 불량배에겐 칼을 뽑아 들지 않는다.
훗날 한신이 초왕(楚王)에 봉(封)해졌을 때 지난날 그의 사타구니 밑을 기어갔던 그 불량배를 찾아 불러서 초(楚)나라 관리로 등용했다. 그리고 많은 관리들에게 말했다, “그가 지난날 나를 모욕했을 때 그를 내가 죽일 수가 없었겠는가? 그를 죽이는 것은 아무런 가치가 없었으므로 나는 참았으니 오늘의 결과를 얻을 수가 있었다.” 진정 무엇이 모욕인가, 또 무엇이 진정한 용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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