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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정(政)이란 무엇인가/ 정사의 정의

정(政)이란 무엇인가/ 정사의 정의


논어(論語 子路篇)에, “자로가 정치(政治)에 관하여 물었다. 공자(孔子)가 일렀다, ‘솔선하고, 부지런히 힘쓰는 것이다(子路問政. 子曰, ‘先之, 勞之’).” 뭉뚱그려 놓은 것 같은 한문(漢文)은 풀어서 해석해야 그 뜻을 알 수 있다. 소리 글과는 달리 간략하지만 그 함축한 의미는 포괄적이고 다양하기까지 하므로 해석이 따르는 게 우리가 배워온 한문 이해였다. 심지어 수천 년 동안 한문을 기본 언어로 사용하여 온 사람들에게도 역시 해석이 필요한 것이니 공자의 이 말을 그냥 바로 터득하는 이는 한문을 깊이 있게 공부한 소수의 사람들에게 가능할 뿐이다. 공자의 어록과 같은 논어(論語)는 또 유학(儒學)에서 중요한 경전 중의 하나다. 그로서 지난 2천 년 동안 많은 주석서(註釋書)와 번역과 해석의 책들이 나왔던 까닭이다. 마치 우리가 대학에서 정치학[politics]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배우고, 정치학과 정치에 관한 온갖 철학, 행정학 등을 토론하고 저술하고 책을 출판하는 것과 같은 현실이었다.
정(政)이란 무엇인가? 바를 정(正)자와 글월 문(文)이 합쳐진 문자라서 바른 도리(道理), 곧 인간 사회를 바르게 이끌어가는 일이라고 말한다. 정(政)은 곧 정사(政事), 정치의 일이니 정치상의 일들을 말하며, 정치 행정상의 총괄적 이해와 설명 그리고 그 실행에 관한 것이다. 국가 경영과 행정에 가장 중요한 기능이므로 유학에서도 가장 중요한 과제로 대두 되어 왔다. 사서삼경(四書三經)을 배우는 목적도 결국에는 그 철학과 방법을 터득하여서 정치와 정사에 실행과 실천으로 결실 하게 하는 일이었다. 여기서 이 논어의 한 구절을 그런 맥락에서 옛 주해를 통하여 한 번 살펴본다. 송(宋), 명(明)나라 때에 나온 논어집주(論語集註)의 자로(子路) 13장에 설명에서 다. 자로(子路)가 스승 공자에게 정치[政]에 관한 질문에 대해 공자의 대답을 해석했다. 소 씨(蘇氏)가 집주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선지(先之)는 무릇 백성의 실행을 몸으로 먼저 하는 것이니 명령하지 않아도 실행하는 것이다. 무릇 백성의 일을 몸소 힘쓰는 것이니 비록 부지런히 힘쓸지라도 원망 없이 하는 것이다(凡民之行 以身先之 則不令而行. 凡民之事 以身勞之 則雖勤不怨).’ 정치하는 사람, 공동체를 이끄는 일은 솔선(率先)하고, 부지런히 먼저 실행하며 돌본다는 뜻이다. 다산(茶山)은 노(勞)를 백성을 위로한다는 뜻으로 설명하기도 했으니, 위로하고 어루만지는 일에 앞장서라고 했다. 말로 지시만 하는 것이 정치가 아니라, 몸소 남보다 먼저 실행하고 기꺼이 앞장서서 실천하는 일이라는 말이 아닌가.
공자의 함축적 대답에 자로가 추가 설명을 요청한다, “좀 더 말씀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가로되, 게으르지 않는 것이다(請益. 曰, 無倦).” 무권(無倦)의 무(無)는 옛날 판에는 무(毋)로 되어 있으니 무(無)와 같다. “오 씨가 말하기를, ‘용감한 사람은 일을 실행함에 있어서 기꺼이 실천하니 오래 기다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吳氏曰, 勇者喜於有為 而不能持久 故以此告之).” “정자는 말했다, ‘자로가 정사에 관해 물었고 공자가 이미 그에 대해 말했다. 또 더 청하였으니 공자가 말한 것은 게으르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한 것이다. 이미 말한 것을 거듭 고한 것이니, 그것을 깊이 생각하게 한 것이다(程子曰 子路問政 孔子既告之矣. 及請益 則曰 無倦而已. 未嘗復有所告, 姑使之深思也).” 게으르면 안 된다는 말이니, 용맹한 장수처럼 어렵고 위험한데도 기다리지 못하고 용감하게 먼저 달려 나아가 실행하는 일, 그런 사람이 정치를 하고 남을 이끌며, 공동체를 지도하는 일이 정사(政事)라는 뜻이다. 솔선, 근면으로 실천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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