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umn Equinox/ 추분
오늘은 밤낮의 길이가 똑 같다는 가을의 균분 날(均分/ Autumnal Equinox Day). 주야 평분(晝夜平分)은 1년에 딱 두 번, 춘분(春分/ Spring Equinox Day)과 추분의 날이다. 그 두 날에는 태양이 지구의 적도(赤道/ Equator) 바로 위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라틴 말의 이퀴낙스(equinox)는 똑같은 밤(equal night), 밤과 낮의 길이가 똑같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밤과 낮의 길이가 12시간 씩 진행된다. 적도란 지구를 남북으로 나누는 위도(緯度)의 가장 가운데를 두르는 가상선(假想線)이니, 적도의 북쪽을 북반구(北半球)라 하고 그 남쪽은 남반구(南半球)라 한다. 그 양쪽은 겨울과 여름이 정반대로 진행되므로 호주나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남쪽 지역이 남반구에 속하고 우리는 북반구에 산다. 반대로 하지와 동지에는 태양이 지구의 적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지는 때라서 춘, 추분과 하, 동지와 다르게 된다.
추분은 농경 사회에서 중요한 때인 것이 추수(秋收)의 시기인 까닭, 수확 축제의 때이다. 우리의 추석도 그런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가을 추수 철의 의미로 추분이 중요할 뿐만 아니라 이때부터 태양이 적도에서 점점 남쪽으로 멀어져 가기 때문에 북반구에선 태양열이 조금씩 식어서 추운 겨울로 들어가고, 남반구는 점점 더워지게 된다. 북반구는 겨울 준비를 해야 하므로 동물들은 식물을 저장하고 동면(冬眠)을 준비한다. 남반구는 반대로 여름 준비를 해야 하기에 추분의 인식이 중요하다. 물리적 현상이 그러하고, 한편 사람들은 계절의 변화로서 영적 의미도 다르게 인식한다. 겨울, 빛이 줄어드는 어두움, 열이 식어지는 차가움으로 빛과 어두움의 싸움과 삶과 죽음의 갈등을 생각하게 되었다. 동양적으로는 음양(陰陽)의 이치로 양기(陽氣)가 줄어들고 음기(陰氣)가 점점 왕성해지는 분깃점이 추분인 사실이다.
예전엔 가을의 수확으로 제사하는 계절이라 가을 제사 달[秋祭月]이라 했으니 햇 곡과 햇 과일로 조상과 신에게 천신(薦新)했던 전통이다. 더위도 물러가고 맑은 공기 서늘하니 햇빛과 밤 빛이 딱 고르며. 누른 벼 고개 숙이고 하얀 목화 총총 피나니 노란 국화 향기에 붉은 단풍도 불이 붙기 시작한다. 공부하고 일하기에도 좋고, 여행하고 구경하기에도 멋진 시절이다. 한편, 아침 해는 더 늦게 떠오르고 저녁 해는 오히려 더 일찍 내려앉는다. 낮이 짧아진다는 뜻이니 일할 시간이 적어지는 아쉬움과 짧아지는 광음(光陰)을 아낄 마음이 더해지므로 일과 사명에 박차를 가할 때이기도 하다. 더 어두운 긴 겨울이 되리니 밝을 때에 조금 서두를 촉박감도 생긴다. 밤이 쉬 오리니 아직 해가 있는 동안에 일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쾌적하고 아름다운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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