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윗날/ 中秋節
추석(秋夕)이 한문 그대로는 ‘가을 저녁’이란 말이고, 순수한 우리말로 ‘가윗날’이다. 중국은 중추절(中秋節), 줄여서 중추(中秋)라 하니 역시 가을 명절. 우리도 중추절, 중추라고 예부터 써왔으니 음력 8월 한가운데인 보름 날을 기리는 축제로 삼은 오래된 동양의 절기이다. 고대로부터 가을은 음력 7, 8, 9월 석 달을 가리키니 그 가운데가 중추(仲秋)인 음력 8월이고, 가을의 가운데 달인 8월 중에도 또 그 한가운데가 8월 보름 날이다. 날짜의 실감 나는 자연현상에서 인간이 일찍이 깨달은 건 달 모양의 변천이었으니 전기를 몰랐던 고대에는 밤을 밝히는 유일한 달빛이었으니 그 어찌 소중하고 빛나는 풍광이 아니었으랴! 그래서 시간의 흐름도 달이 연계되어 세월(歲月)이 되고, 나 달의 변천에도 일월(日月)이 되었던 것이다. 보름달 열 두 개가 있는데, 가을 맑은 하늘에 둥근 달이 가장 또렷하였고 게다가 농경 사회가 되면서 는 수확의 기쁨을 거두는 감격을 표출하기에 가장 좋은 순간이 가을 중에도 한가운데 달, 거기서 도 또 중간인 8월 보름달 밤이 자연스레 최고의 감격이 아닌가 !
우리 현대 사고방식으로도 ‘가을 한가운데 달’이 중추(中秋)가 되고, 그 중추 ‘8월의 또 한가운데 날 밤의 달’이 8월 보름이라는 ‘한가운데’ 라서 한가위이므로 합당한 이치다. 중추(中秋)라는 축제를 우리 신라(新羅) 3대의 유리왕(瑠璃王/ 24-57년), 박(朴)씨의 유리이사금(儒理尼師今) 때에 부녀자들 길쌈 겨루기에 두 패로 나누어 경쟁하던 축제를 가배일(嘉俳日)로 한 기록이 있다. 그것으로 가윗날이 되었으니 한문이 아닌 순수 토착어로 달 밝은 가을의 가운데 날 아름다운 날이 아니겠는가. 그 말을 다른 표현으로도 나타났으니 가배절(嘉俳節), 가배일(嘉俳日), 가우절(嘉優節)이라는 표현이 다 같은 뜻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크다는 뜻의 ‘한[汗]’을 앞에 붙여 ‘한가윗날’로 순화하였다고 본다. 그러므로 오늘은 ‘한가윗날’이다.
신라 유리왕의 가배(嘉俳) 축제로부터는 거의 2천 년이 다 되었으니 필시 우리의 가장 오랜 명절이다. 크리스마스(Christmas)보다 도 더 오래 기렸으니, 비교하자면 예루살렘에서 사도 바울(St. Paul)이 기독교를 소 아시아로 전파하러 가던 때에 이미 가윗날이 신라에서 시작되었다는 말이다. 설날은 언제부터 기렸는지 시원(始原)을 잘 모르지만 가윗날은 그런 기록이 분명한 기원이니, 필시 설날은 음력에 기인한 책력(冊曆)이 정해지면서 부터 일 것 같아 가배일 보다는 훨씬 후대부터 설날 명절이 유행했을 것 같다. 이 고유한 우리 잔칫날에 우리만 추석에 빚어 먹는 송편(松䭏)은 신라의 전통으로 둥근 달을 본 따서 둥글게 빚었으니 ‘보름 떡’이고 한가위 떡이 된다. 한가위 달 같은 솔 잎에 찐 둥근 송편을 먹으면서 지난날의 관습처럼 팔월 한가운데 날 저녁에 크고 둥근 한가위 달을 바라보면서 희망 찬 우리의 소원을 염원해보자. 해피 한가위(Happy Hangawee!)! “더 도 말고 덜 도 말고 한가위 만 같아라!”
'지인의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Should You Wear Mask / 마스크 논쟁 (0) | 2021.09.26 |
---|---|
금강초롱꽃 (0) | 2021.09.26 |
미중 갈등과 중국 현실 (0) | 2021.09.24 |
Autumn Equinox / 추분 (0) | 2021.09.23 |
八月旣望 / 필월기망 (0) | 2021.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