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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胡椒和苦椒 / 호초화고초

 

胡椒和苦椒/ 호초화고초


오미(五味)는 달고/ 시고/ 쓰고/ 맵고/ 짜고, 감산고랄함(甜酸苦辣鹹)이며, 다섯 가지 맛(Five Flavors)이니 sweet/ sour/ bitter/ spicy hot/ salty가 된다. 여기 매운 맛은 오래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우리가 지금 즐기는 고추의 맛과는 다른 의미의 매운 맛이 고대에 표현된 것 같다. 왜냐하면 고추가 16세기 이후에 남아메리카에서 세상에 퍼질 때까지는 우리가 실상 그렇게 매운맛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까지도 소금에 절인 침채(沈菜)는 먹었겠지만 고춧가루를 넣은 김치는 못 먹었을 테니까. 매운 초장(椒醬)도 초피나무 열매로 장을 담가 만든 것이었지 우리가 먹는 고춧가루로 만든 초장은 아니었으리라. 그래서 음식이 옛날에는 훨씬 순했을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어려서 풋고추를 여름에 장에 찍어 먹을 때는 냉수를 떠나 놓고 마시면서 먹어야 했고, 어머니께서 어리고 연하여 덜 매운 것을 옆에서 골라 주셨던 기억이 난다.
빨갛다가 까맣게 소복이 익는 산초(山椒)나무 열매가 자연으로 우리에게 있어서 그 매운 맛이 났지만 고추의 맛과는 다른 차원의 매운맛이라, 우리가 지금 흔히 먹는 후추 쪽에 가까운 매운 맛이다. 산초(山椒)는 초피(椒皮), 왕초피(王椒皮), 천초(川椒), 한초(漢椒) 등이 비슷한 나무로 한방에서 혹은 민간에 양념으로 쓰여 왔다. 내 작은 고향 마을에서는 나의 친 할머니만 가끔 많지 않은 산초 나무 까만 열매를 가을에 모아다가 산초기름을 조금 짜서 양념과 약으로 쓰셨다. 그 맛과 향이 독특해서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지나다가 산초 나무 까만 작은 열매를 따서 호기심에 직접 씹어보기도 했다. 그 향이 묘하고 특별하며 그 잎도 약간의 그런 맛이 나서였다. 어떤 사람들은 그 잎이나 연할 때의 열매 송아리를 잘라다가 간장에 절인 반찬을 해서 나도 먹어본 적이 있다. 할머니께서 그 기름을 머리에 바르면 윤이 나고 향이 좋다고 하셨다. 그것이 고추 역사 이전의 우리가 양념으로 했던 고대의 매운 맛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가 후추도 일본이나 중국을 통하여 일찍이 동남아로부터 수입했을 때는 한자로 호초(胡椒)라고 했으니 그저 외국 산초라는 의미의 매운 맛 때문에 그랬을 것이니 그게 순화하여 지금 우리가 후추라고 한다. 아마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에 후추가 우리에게 알려진 것 같으니, 고종황제가 당시 비싼 수입 후추를 좋아해서 떡에도 넣어 먹었다는 걸 읽었던 것 같다. 가난한 일반 백성들은 그 비싼 후추를 알지도 못했겠지만 말이다. ‘고추’라고 하는 것도 그 맵다는 초(椒)자를 써서 매우 맵다고 해서 고초(苦椒)라고 했을 것이니, 고초가 고추로 순화한 발음이 된 것이 아니겠는가. 어릴 적 시골에서 어떤 이들은 여전히 ‘고초’라고 발음하는 말을 내가 직접 들었으니까. 매운 맛을 ‘톡 쏜다’고도 하니 맵다는 것은 본래 대단하다, 아주 심하거나 고통스럽다는 강조의 표현이기도 했던 것 같다. 그 맛이 실상은 고통스러울 정도라서 일 것이다. 영어에도 맵다는 맛은 단맛, 신맛처럼 독특하지 않고 그저 뜨겁다는 말을 같이 써서 핫(hot), 찐한 양념 맛(spicy)이라는 간접 표현이 일반적이 아닌가. 胡椒가 후추로, 苦椒가 고추로 우리가 즐기는데, 사람들은 점점 더욱 매운 것을 좋아하기도 하니 자극은 자극을 심화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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