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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Capsaicin / 매운 맛

Capsaicin/ 매운 맛


매운 것이 무엇인가?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성분을 캡세이어신(capsaicin)이라 하고, 한문으로는 날초소(辣椒素)라고 쓰며, 신(辛), 고(苦), 날(辣)과 같은 글자로 맵다는 뜻을 표현한다. 산초(山椒)의 매운 것을 일찍이 맛봐온 경험에서 고추(hot pepper)가 들어왔을 때는 그 초(椒)자 앞에 매우 맵다고 고(苦)자를 붙여 고초(苦椒)라고 했고, 중국어는 라쟈오(辣椒)다. 매운 맛을 인간이 본래 좋아한 것은 아닌 것 같으니, 생래적으로 어린 아기가 그 매운 고추의 맛을 좋아할 리가 없지 않는가. 여러 가지 맛을 안 뒤에 점점 자극적인 것에 대한 호기심과 처음에는 대개 다 거부감이 생기는 매운 맛에 길이 들면서 인(印)이 박이 듯 점점 좋아하고 심지어 더 맵고 더 자극적인 것을 찾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김치에 고추가 필수적인 것처럼 현대에는 멕시코에서 발원 된 칠리(chili) 같은 혹독하게 매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화학적으로는 알칼로이드의 일종의 성분이 그런 맛을 내게 한다. 매운 맛의 성분을 화학적으로 알칼로이드(alkaloid)라는 식물염기(植物鹽基)이라니까. 그런 유기 화합물이 바로 니코틴, 모르핀, 카페인 따위를 통틀어 일컫는다고 한다.
식물의 많은 씨앗은 흔히 새들이 열매를 씨와 함께 먹고 배설하므로 퍼트리는데, 매운 물질인 캡세이어신(capsaicin)에 새들은 면역이 되어 있어서 아무런 자극적인 문제가 없이 칠리 같은 씨를 퍼트리게 되지만 인간은 치아가 있어 그런 씨도 씹게 되며 캡세이어신 분자를 예민하게 감지한다. 생태적으로 인간은 칠리 같은 열매는 거부하게 되어있는데 이상하게도 지금 매운 것을 즐기니 말이다. 다른 산딸기나 베리(berry) 종류는 자기 보호 차원에서 가시 무기로 접근을 막고, 고추나 칠리는 열매 자체에 캡세이어신의 매운 자극제를 지녀서 함부로 공격의 동물들이 먹지 못하게 하는 자연의 방어 수단[mechanism]이다. 그런데 인간은 그것을 역 이용해서 좋아하게 되었으니 놀라운 맛의 변천과 진화라고 볼 수밖에 없다. 매운 것은 벌에 쏘인 것과는 다르나 3차 신경 반응이 나타나 화학물질의 감각으로 자극을 일으켜서 체온이 오르고 몸에 위험을 경고하는 민감한 반응이 생긴다. 그런 고통을 극복하고 캡세이어신을 즐기기까지 하니 말이다.
고추는 본래 아메리카에서 세계에 퍼졌으므로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건너가기 전에는 다른 대륙에서는 매운 고추가 없었다. 열대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흔히 매운 음식을 좋아하여서 지금은 태국 같은 나라 음식이 맵기로 이름났지만, 세계에서 지금 가장 매운 음식으로는 멕시코의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대개 알고 있는 고추(hot pepper)보다 더 매운 멕시코에서 난 칠리(chili), 할라피뇨(jalapeno)가 있어 우리도 그걸 즐기기도 한다. 그보다 더 매운 것도 있으니 하바네로(habanero pepper)는 맵기 측정으로 할라피뇨보다 100배나 더 맵다고 하니. 하바네로는 아마존(Amazon)이 원산인데, 북미로 오면서 지금의 큐바의 수도 하바나(Havana)의 이름에 연계되어서 하바네로가 되었다는 것이다. 남미의 칠레(Chile)는 국가 이름이 매운 고추인 칠리(Chile or Chili)와 발음이 비슷한데, 그것은 스페인이 정복했을 때 이미 본토인들이 지명으로나 그런 이름이 있었기에 그것을 따른 것이므로 고추와는 직접 관련은 없다. 또 고추보다 더 매운 칠리는 고추와는 달리 채소로 분류하지 않고 과일 종류라니 다른 종(種)인 것 같다. 이 매운 하바네로 칠리는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Yucatan Peninsular)에서 지금 가장 많이 생산하여 매운 양념으로 가공한다. 하바네로 칠리는 심히 매워서 마치 화학 무기로 공격을 받은 것처럼 타는 듯 자극이 고통스러울 정도라니 까. 그것을 한번 깨물면 몸이 붉어지고 땀이 나기 시작할 정도이며, 콧물이 나와서 저절로 몸이 코를 보호하게 되고 눈물이 나와서 눈동자를 보호하려는 기능이 발동 되며, 입에는 침이 많이 분비되어 입을 보호해야 하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해서 공기를 통하게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캡세이어신이 항암이라는 말까지 있어서 자꾸 매운 맛에 모험을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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