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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Silk / 明紬

Silk/ 明紬


의류 재료의 최고급인 주단(紬緞)이 실크(silk)인데, 우리는 명주(明紬)라고 불렀다. 고치 실로 곱게 짠 피륙을 비단(緋緞)이라는 말로 선호하는 것 같다. 비단은 광택이 나게 짠 명주를 말했지만 말의 변화로 인하여 비단도 화학 섬유나 그런 혼성 피륙도 비단이라 하므로 고급 천이 대개 비단의 뜻인 것 같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어머니께서 명주를 짜는 것을 보았고, 약간 누른 빛을 띠는 순전한 명주를 인식할 수 있었다. 지금은 고급 실크 의류는 윤이 나거나 색깔이 곱게 또는 무늬까지 더하니 실상 예전의 순박한 명주와는 다른 감이 없지 않다. 세상에는 지금도 가장 비싼 천이 명주이니 가격으로도 지금 91.44cm인 마(碼/ yard)당 $100.00 이상이니 말이다.
실크는 보드랍기(smooth) 이를 데가 없어 보드라운 피부를 비단 같은 살결(silky skin)이며 비단결 같은 부드러운 목소리(silken voice)라고도 한다. 실상 인간이 이용했던 실에는 명주 실이 일찍 만들어진 것 같다. 한자(漢字)의 실 사(絲)자가 보여주는 바가 그러하니 실사(絲) 변에서 만들어진 글자가 많기도 하다. 비단이라는 영어의 실크(silk)도 이 명주라는 뜻의 실 사(絲)에서 나온 말이다. 실크(silk)가 바로 ‘사(絲)’의 발음, ‘시(絲)’라고 지금까지도 발음하는 그 소리니, 우리말[사]도 일본말[シ]도 비슷하다. 중국 신화의 황제(黃帝)의 아내가 누에 치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잠신누조(蠶神嫘祖)라는 신화가 있고, 서울 성북동에 가면 누조에게 양잠의 풍요를 기원하던 조선 시대 제례의 유적이 남아있다. 고려 성종(成宗) 때에 이미 서릉씨(西陵氏)인 누조에게 제사 지내던 단을 만들었고, 조선 세종 때부터 장려하느라 지금의 서울의 잠실(蠶室)을 지어서 그 이름이 남아있지 아니한 가. 조선의 명주가 빼어나서 중국에서 요구하였으며 선물로 또는 무역으로 나가기도 했으며, 지금도 세계에서 한국의 실크가 고급 품질이라고 한다. 실크는 단백질에 바탕을 둔 섬유질로 숨을 쉬는 공기가 통하고, 수축성이 있고 흡수성에 열을 전도 하면서도 빨리 마르고 빛나는 천이다. 게다가 전류(電流)도 상당 막아내는 역할까지 해서 공업 계에도 이용되며, 특수한 부위의 보철(補綴)에도 귀한 재료로 쓰인다.
전설에 황제의 부인이란 서릉씨가 뽕나무 밑에서 차를 마시다가 찻잔에 떨어진 누에고치를 작은 나뭇가지로 건져내는데 뜨거운 물에서 고치의 깁이 누그러져 걸려 나오자 실을 만들어 천을 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는 것. 그래서 중국은 3천 년 전이라고 하지만 실상 명주가 발견된 것은 BC 3세기 쯤 명주가 만들어졌다고 추정한다. 중국의 양잠(養蠶)은 고귀한 비밀로 엄격히 통제했으니 그 비결을 외국에 빼돌리면 사형에 처할 정도였다. 그 명주가 서방으로 가던 머나먼 사주지로(絲綢之路)가 소위 ‘비단길(Silk Road)'이 되었던 긴 역사가 증명한다. 그래서 터키의 옛 국가인 오토만 제국(the Ottoman Empire)이 그 비밀을 빼내려고 애썼다. 경교(景敎/ Nestorian)의 두 사제가 누에의 알을 대나무 속에 감춰서 훔쳐내 왔다, 서기 552년에. 그 대통 속에 숨긴 누에알을 훔쳐다 지금의 이스탄불인 콘스탄티노플(Constantinople)의 비잔틴 황제 저스티니언 1세(Byzantine Emperor Justinian I)에게 바쳤다. 그로부터 터키와 서방에서도 실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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