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居月諸 / 해와 달이여
시경(詩經 邶風 柏舟)의 시가. “해와 달이여/ 어찌하여 갈마들며 이지러지나?/ 마음의 시름이여/ 빨지 않은 옷 입음 같아라./ 고요히 생각하니/ 날아갈 수가 없네(日居月諸/ 胡迭而微/ 心之憂矣/ 如匪澣衣/ 靜言思之/ 不能奮飛).” 시경의 패풍, 곧 패(邶) 지역의 풍류 즉 그곳의 옛 시가였다. 패는 은(殷)나라 주왕(紂王)을 정벌한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주왕의 아들 무경(武庚)을 세워 망한 은나라 유민들과 은나라의 제사를 받들며 다스리게 했던 곳이 패(邶)였다.
이는 백주의 시 5련(聯) 중의 마지막 연인데 그 핵심을 일거월저(日居月諸)로 잡으면 해와 달[日月]은 세월이고 그 사이의 거저(居諸)는 어조사로 보며, 세월이 빠르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 거(居)와 저(諸)는 어조사가 아니라 해와 달을 비유하는 뜻이라고 고문(古文)을 비교 연구한 결과도 있으니, 거(居)는 갈까마귀 거(鶋)요, 저(諸)는 두꺼비 저(蠩)라는 것이다. 거(鶋)에서 새 조(鳥) 변(邊) 생략하고, 저(蠩)에서 벌레 충(虫) 방(旁)을 생략한 것으로 설명한다. 그래서 까마귀는 고대로부터 삼족오(三足烏)로 태양을 상징하고, 두꺼비는 섬저(蟾蠩)로 달을 상징했기 때문이다. 한문에서 생략하여 줄인 글자로 쓰이는 경우도 종종 있어왔으니, 제비 연(燕)은 연(鷰)자에서 줄였고, 학(寉)은 학(鶴)자를 줄여서 간략히 쓰기도 했다.
공자가 고대로부터 전해오던 시가들을 골라서 300수 정도만 편집해서 묶은 것이 지금의 시경이다. 그는 자기 아들에게도 이 시경을 꼭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가 인간의 깊은 정서를 나타내므로 그런 통찰력으로 인간관계를 잘 할 수 있게 하는 까닭이다. 이 시에서도 우리의 공감을 자아내는 대목 하나가 특기 할 만하다. “내 마음 돌이 아니라서 굴려서 뒤집어 보일 수 없고, 내 마음 돗자리 같지 않아 말아 보일 수도 없네(我心匪石 不可轉也/ 我心匪席 不可卷也).” 4천 년 전 사람들의 노래가 여전히 우리의 마음에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해와 달이여, 일거월저(日居月諸)여, 수천 년을 이리도 빠르게 지나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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