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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生芻一束 / 조촐한 마음

生芻一束/ 조촐한 마음

생추(生芻)는 시골에서 가축을 먹이려고 베어온 싱싱한 꼴을 말한다. 그냥 자연대로 있는 풀은 생초(生草)일 뿐이지만 가축이 좋아할 좋은 풀을 골라서 베 온 것은 더 이상 풀이 아니라 ‘꼴’이 되니 그렇게 꼴과 풀이 구분 된다. 그저 풀 베러 간다고 하면 그것은 퇴비를 하기 위해서 아무 풀이나 하러 간다는 말이지만, 가축을 기르기 위해서는 꼴 베러 간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어릴 때 꼴 망태를 메고 낫을 들고서 논두렁이나 들판으로 가서 소가 먹고 살찔 수 있는 좋은 꼴을 한 망태씩 베 오곤 했다.

생추(生芻)는 시경(詩經 小雅 白驹)에도 나올 만큼 오래된 말이다, “망아지에게 먹이는 싱싱한 꼴 한 묶음, 그 사람 백옥처럼 아름다운 분(生芻一束 其人如玉).” 그 해석은 망아지를 기르는 꼴은 어진 사람을 기르는 바 예절을 부탁하는 말이라는 것이다. 싱싱한 꼴은 망아지를 기르는 것이므로 후에는 어진 사람을 대하는 예의의 모본을 뜻하게 되었다. 훌륭한 사람을 좀 더 붙들고자 할 때 타고 온 백마에 딸린 망아지에게 싱싱한 꼴을 베어다 먹이므로 어미 말이 그 망아지 때문에 지체하도록 만들었다는 은근한 정을 말해주기도 했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 시경은 어진 사람이나 친구를 머물게 하고 그렇게 생각하는 마음을 나타냈다. 이로서 생추(生芻)는 그저 꼴이란 말 이상의 깊은 뜻을 지니게 되어왔다는 것이라 옛 글에 그런 표현이 나타난다.

후한서(後漢書 徐穉傳)에 곽임종(郭林宗/ 太)이란 사람이 어머니의 상(喪)을 당했을 때 당시 배낭을 메고 주유를 하던 고사(高士) 서유자(徐孺子/ 稚)가 가서 조문을 했으니, 싱싱한 꼴 한 묶음을 베어다가 여막(廬幕) 앞에다 놓고 갔다. 초상집에 갈 때는 형편에 따라 부의(賻儀)로 물건이나 돈을 부조 하는데 싱싱한 꼴 한 묶음으로 마음의 정성으로 표했다는 뜻이었고, 곽태는 그것을 알고 내가 그런 존경을 받을 만하겠는 가고 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서 조의(弔意)를 표하는 부의를 생추라 하게 되었고, 또 보잘것없는 조촐한 선물도 그렇게 ‘생추(生芻)라고 한다. 결국 그것은 시경의 망아지 먹이는 꼴 한 묶음이 망아지를 기르듯 어진 사람을 존경하고 사람을 어질게 기르는 정성으로 발전된 개념인 것이다. 소박하고 진심이 어린 마음은 인간을 감화하고 잘 키울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내가 남의 초상에 부조금을 보냈으니 우리 초상에 그만큼 또 거둬들이는 계산적인 생각의 현실과는 큰 대조가 되지 않는가, 조촐한 마음을 보내는 그 생추의 의미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