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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冬溫夏凊 / 동온하정

冬溫夏凊 / 동온하정


동온하정(冬溫夏凊)이 무엇인가? 겨울에는 따뜻하게 하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함이다. 유교 경전의 하나인 예기(禮記 曲禮上)에 일렀다. “무릇 자식 된 자의 예의는 겨울이면 따뜻하게 해드리고 여름에는 서늘하게 해드리며, 날이 저물면 이부자리를 정해드리고 새벽에는 안부를 살핀다(凡爲人子之禮 冬溫而夏凊, 昏定而晨省).” 이것은 부모에 대한 자식의 일상 예의(日常禮義)의 구체적인 두 가지 실천인 것이다. 하나는 동온하정(冬溫夏凊)이요, 하나는 혼정신성(昏定晨省)이다. 첫 번 것에 대한 소학(小學)의 해설이 있다, “진씨가 가로되, 따뜻함으로 그 차가움을 막고 시원함으로 그 서늘함에 이르게 한다(陳氏曰, 溫以禦其寒 凊以致其凉).”
아 그것 참 쉽지요! 작은 AI를 시키면 틀림없이 할  수 있거든요. 부모님 방안의 온도는 언제나 완벽하게 맞춰드리니 겨울에 추운 법이 없고 여름에도 도무지 덥지 않게 온도를 맞추어 드리지요. 그렇게, 실상 동온하정(冬溫夏凊)은 지금 너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옛날에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겨울에 불을 때서 방을 따뜻하게 해야 했으니 그것도 매일, 눈이 오거나 기온이 영하 20도가 내려가는 밤에도 창호지 한 장으로 문을 발라 놓은 웃풍이 센 옛날의 방을 덥히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설사 초저녁에 불을 때서 덥혀 놓은 구들이 새벽이 되면 몹시 추운 날엔 쉬 식어버리지 않았던가. 내가 어렸을 때도 시골 집에서는 추운 밤에는 방안 윗 목에 떠다 놓은 놋 대접의 물이 얼기도 하였고, 자다가도 일어나 밖으로 나가서 불을 때야 하는 경우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이야 얼마나 쉽고 편리한가, 아파트의 냉난방이 완벽하니까.


아, 찌는 여름엔 그 더위를 어찌 해야 했나? 에어컨은 꿈에도 상상 못했고 선풍기조차 없었던 더위를 어찌 시원케 해드릴 수가 있었는가, 오로지 부채 말고 무슨 기술이 가능했는가? 그래서 옛 효자의 그림에는 부채가 옆에 그려졌으니 그걸 부쳐서 바람으로 시원케 해드려야 했기 때문이다. 말이 동온하정이지 엄청난 효성이 아니고는 거의 불가능하지 않았겠는가. 지금은 거의 모두가 부모에게 에어컨과 난방에 여름 겨울 편안하게 해드릴 수가 있지만!  효도의 마음 만은 그래도 어려우니 말이다. 이렇게 편리해진 세상인데 효도는 왜 그리 어려운지. 명절에 부모님 인사 한 번 가는데도 부부가 틀어져서 이혼하는 케이스까지 벌어지고, 네 부모 네가 효도해라 면서 남편은 자기 부모한테 가고, 아내는 아내의 친정 부모에게 가서 따로따로 자기 부모에게만 효도하는 공평함? 도 실천하는 세상이라 하던가? 노인이 많아지는 세상에는 한국의 전통적인 효도(孝道)는 세계적으로, 적어도 이론 상으로는, 다 위대한 정신이라 한다는 데도 말이다. 아, 내가 늙어가니 효도 타령하는 건가? 건넌방에 효도할 자식과 함께 사는 이가 지금 몇이나 되겠는가 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