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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寒來暑往 秋收冬藏/ 한래서왕 추수동장

寒來暑往 秋收冬藏/ 한래서왕 추수동장


어제는 우리가 오래 인식해온 대로 겨울이 시작되는 입동(立冬)이었다. 1년 24절후에는 소위 4립(四立)이 있으니, 입춘(立春)과 입하(立夏)와 입추(立秋)와 입동(立冬)이니 한 계절에 하나씩, 4계절로 한 해가 완성된다. 입동은 그 마지막 겨울[冬]에서 마침[終]의 절기가 된다. 그래서 입동은 사물이 수축되고 감추며 음기(陰氣) 속으로 묻히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이 가을에 추수를 하고 거두어서 입동에는 갈무리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동장(冬藏)에 해당하는 까닭이다. 입동이 추우면 겨울이 추울 것이라고 점치려 했던 옛 사람들이었는데, 어제는 상당히 따스해서 이 겨울이 그다지 춥지 않으려 나? 안 그래도 이산화탄소를 인간이 너무나 많이 배출해서 지구의 온난화가 심해져 산업화 이전보다 2도 가량이 올랐다는 데 그래서 일까? 이 겨울에 우리는 어떻게 갈무리하고 저장하나. 양기가 줄어드는 계절에 몸 보양을 위해 시골에선 팥고물에 시루떡으로 예전에 제사도 지내고 이웃과 사람들에게 그 떡을 나누었고, 도롱 탕이라고 여름 내 살찐 미꾸라지를 잡아서 추어탕으로 보신(補身)도 했다. 우리 선비(先妣)께서 는 단오 때 내가 베어다 말린 약 쑥을 가마솥에 가득 삶아서 그 쓰고 검은 물에 다 대추와 밤, 참깨 등을 넣고 걸쭉하게 ‘쑥 곰’을 만드셔서 항아리에 담아 마루에 보관하고서 겨우내 한 종발씩 우리를 먹이셨으니 추위를 이기도록 그렇게 양기(陽氣)를 보양 한다고 믿으신 것 같다.

천자문(千字文)의 한 짝이다, “추위가 오면 더위는 물러가고, 가을에 거두고 겨울에 갈무리한다(寒來暑往, 秋收冬藏).” 한래서왕은 주역(周易 繫辭傳)의 설명을 여기 4자(字)의 시구(詩句)로 함축하고 운율을 맞춘 것이다. “해가 지면 달이 오고 달이 가면 해가 오니 해와 달이 서로 밀쳐서 밝음이 나오며, 찬 것이 가면 더운 것이 오고 더움이 가면 추위가 와서 차고 더운 것이 서로 밀어서 해[歲]를 이룬다(日往則月來 月往則日來 日月相推而明生焉, 寒往則暑來 暑往則寒來 寒暑 相推而歲成焉).” 계절이 변하고 인심도 따라서 가을 거둔 사람들은 이웃도 생각하였으니, 입동, 동지(冬至), 또 섣달 그믐에 불쌍한 노인들을 구호 하는 치계미(雉鷄米)를 십시일반으로 마을이 모아서 제공하는 미풍(美風)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도 이런 때에 경로회를 열어 음식을 대접하고 의지 없는 노인들을 보살피는 전통이 남아있는 것 같다. 추위로 쓸쓸해지는 노인들이 더욱 힘 드는 때문이 아니겠는가.

추수동장(秋收冬藏) 역시 긴 내용을 축약한 시 구절로 “봄에는 생겨나고 여름에는 성장하며, 가을에는 거두고 겨울에는 갈무리한다(春生夏長, 秋收冬藏).”는 것이다. 해와 달이 돌아가는 천체(天體)가 운행하는 중에 기후가 바뀌고 계절이 나타나서 그 속에 만물이 생겨나고 자라며, 열매를 맺고 한 해를 마감하는 현상이다. 특별히 농경 사회의 이 엄연한 자연 현상 속에서 우리가 적응해야만 생존을 영위할 수 있었으며 그 리듬 속에서 삶을 이어갈 수가 있다. 이는 아주 짧은 한 쌍의 시 구절일 뿐이지만 그 의미는 크고 깊지 아니한 가! 추위와 더위가 오고 가며 온도의 변화로 인한 계절의 순환을 드러내며 한국과 같은 사계절의 땅에서는 그 원리가 완연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지구가 타원 형으로 태양을 돌아가는 공전(公轉)의 궤도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가 1억 4천만km요, 가장 먼 상거가 1억 6천만km가 되는 변화 때문이다. 한래서왕(寒來暑往)하니 추수동장(秋收冬藏)하여, 이 겨울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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