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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인간 세상 / 人間世上

인간 세상/ 人間世上

세상/世上, 세간/世間, 인세/人世가 다 사람의 세상이다. 사람이 없으면 그건 세상이 아니니, 반드시 인간 세/世자가 들어가야 세계를 이야기할 수 있다. 박세무(朴世茂)의 동몽선습(童蒙先習)에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만물 가운데에는 사람이 가장 귀하니 그것은 오륜이 있는 까닭이다(天地之間 萬物之中 惟人最貴 以其有五倫也)”라고 선포했다. 적어도 ‘태초에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 하니라(창1:1)’는 선언이 들어올 때까지는 동양은 인본(人本)주의였다. 오히려 서양은 중세 이래로 신본주의에서 18세기에 서야 소위 인본주의가 나오면서 인간이 중심이라 도전했다.

신이 지배하던 데서 사람의 손끝으로 생물을 개량하고 변종을 시켜서 재배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그걸 먹고 살지 않는가. 듣지도 보지도 못하던 콜라비(kohlrabi)는 독일에서 양배추(Kohl)와 순무(rabi/ turnip)를 합쳐서 개량종을 만들어낸 새로운 야채인 양배추-순무를 우리가 지금 먹고 있다. 칼로리도 낮고 단맛이 있어 독일에서는 주요한 야채로 분류하는데 우리는 아직 대중적이지는 않고 다이어트에 좋다며 일부에서 선호하는 야채인데 나도 때로 사다 먹게 된다. 감/사과/배/자두는 월등히 좋은 과일로 인간이 일찍이 개량한 것이니 접을 붙이고, 계속하여 좋은 나무에서 발전시켜 나가는 방향으로 진보한 인간의 기술 덕분이다. 생물의 변종은 유전자 변형, 형질 변경 등 새로운 기술로 엄청난 변화가 시도되고 있어 윤리적인 문제로 논의되기도 하는데, 노새와 같은 짐승은 인간의 필요에 따라 종(種)의 교환 생식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동물은 유전 공학 이전 옛 사람들도 실행했던 방법이다. 인간의 요구와 필요에 따라 세상이 변화되고, 자연의 창조 된 생명체인 식물과 동물조차도 변종 되는 세상이라서 결국 인간이 조작하고 만들어가는 세상은 밝은 면도 어두운 면도 있다.

최근 인간의 기술과 무모하고 무자비한 인간의 이용으로 희생되는 동물을 보호하게 된 이야기도 화제가 되었다. 미국 정부가 후원하는 식품과 농업 연구 재단(the Foundation for Food & Agriculture Research)에 따르면 인공 부화를 하기 전 달걀에서 암수를 구별하는 기술로 엄청난 수평아리가 폐기 처분 되는 잔인성을 피하게 되었다는 소식. 세계적으로 1년에 거의 세계 인구에 달할 만한 60억 마리라는 어마어마한 수평아리들이 가스로 독살 시키거나 분쇄기에 갈아 죽이는 인간의 잔인성을 면하게 되었다니 말이다. 대량으로 부화 된 병아리는 육안으로 암수를 구별하였으니, 산란하고 빨리 자라는 암평아리는 다 키우지만 수평아리는 무조건 폐기하는 끔찍한 일이 저질러졌던 것이다. 1970년대의 한때는 한국 사람들의 손재주와 눈썰미로 세계에서 1등 병아리 감별사들이 되어 미국 이민을 많이 갔었다. 갓 부화 된 병아리의 항문을 뒤집어 까서 육안으로 암수를 구별해내는 기술인데, 미국인들은 당시에 그런 기술이 너무 뒤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계란을 전기 불에서 그 속을 화학물질과 함께 처리해서 보면 암수의 구별이 가능해졌다니 참으로 놀랍다. 인간 세상이 인간의 뜻대로 되어 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