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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Epidemic, Endemic, Pandemic / 코로나 전염병

Epidemic, Endemic, Pandemic / 코로나 전염병

온 세상이 다 코로나(코비드-19) 공포에 시달려왔다, 지난 18개월을. 날마다 지겹도록 코로나, 코로나 하면서도 아직도 불안의 안개는 걷히지 못하고 있는데, 하도 듣고 보고 경험을 해서 그것을 잘 아는 듯해도 실상은 정확하지 못할 때가 많지 않은가. 우리가 매일 답답하면서도 마스크를 껴야 하고, 손을 씻고 사람 만나기를 주의하지만 여전히 내가 걸리지 나 않을까 내심 시름의 끈을 놓지 못하는 형편이다. 어느 순간 어느 곳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내 숨결을 타고 입과 코를 통하여 내 허파에 들어갈까, 그것들이 내 몸을 파고들어 세포를 약화 시키고 파괴하여 나를 무너뜨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예방 주사를 맞았는데도 델타(Delta)라는 변종(變種) 코로나 바이러스는 백신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역병에 걸린다고 하니 어쩌란 말인가? 천연두 예방 주사를 어려서 내가 맞은 다음에는 팔뚝에 흉터 하나만 남기고 평생을 걱정 없이 지냈는데, 코로나 예방 접종은 맞고도 또 3차로 부스터(booster) 주사까지 맞으라 하고, 게다가 해마다 또 맞아야 할지도 모른다니 어찌 된 영문인가. 도대체 이 세상을 휩쓰는 대 역병(大 疫病)이 언제나 끝난단 말인가? 1945년 8월 15일 태극기를 들고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친 것처럼 코로나를 이기고 우리가 이겼다고 선포할 날이 언제 이랴.

그 기본을 가만히 생각해본다. 코로나 유행병을 영어로는 에피데믹(epidemic)이라고 유행성 전염병이 상(上) 방향으로 퍼져나간다는 말이다. 배탈이 심한 장티푸스 유행병이 한 도시에 퍼지면 영어로는 장티푸스 지역적인 유행병[typhoid endemic]이라고 부른다. 그건 그 도시 주변에서만 확산되기 때문에 한 지방의 풍토병과 같은 것이므로 다른 도시나 다른 나라에서는 전염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그 장티푸스 세균이 이웃 지역으로 퍼지고 전국적으로 더 널리 퍼진 경우에는 대 유행병(pandemic)이라고 부른다. 중국 우한[武漢]에서 2019년 말에 코로나가 퍼질 때는 그 지역의 엔데믹이었다가 중국 전역으로, 다른 나라로, 세계적으로 퍼지니 세계적인 팬데믹이 된 것이다. 유행병[epidemic]이 지역 유행병[endemic]으로 확산하다가 이제는 온통 세계를 무섭게 휩쓰는 대 역병[pandemic]이 되었다는 말이다.

굴을 통과하는 기차가 한참 동안 어두움 속을 지나가면 그 끝에서 밝은 정상 궤도로 나오듯이 코로나의 대 역병의 굴을 빨리 지나가기를 학수고대(鶴首苦待)를 하는데, 이 굴의 끝이 안 보이니 어찌 된 것인가? 갇혀서 일도 못하고 학교도 못 가고 돈도 못 벌어서 살기 어렵다 해서 나라가 재난 지원금도 주었고, 정부가 빚을 내서도 보조를 해주고 이자 없이 또는 아주 작은 이자만 받고 돈도 마구 꿔주었다. 빨리 코로나의 어두운 굴을 지나가면 정상이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고서. 그런데 18개월이 지나도록 굴 속을 못 빠져나오네! 그래서 이제는 소위 ‘코로나와 함께[With Corona Virus]'라고 한다네. 코로나를 청산한 세상을 지향하던 세균학자, 의료 담당자, 정부도 코로나와 같이 살자(live with the Corona virus)고 슬로건을 새로 내걸지 않는가. 미국 파이자[Pfizer Inc.] 제약 회사가 코로나에 걸려도 먹으면 낫는다는 약을 만들었다고 지난주에 공포를 했고, 오는 1월에 시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서 죽음의 공포는 이제 면할 것 같은데, 그걸로 서도 완전히 코로나에서 해방될 수는 없다니 말이다. 코로나와 같이 살아가자는 말은 구체적으로 무엇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