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꽃 솜/ 閔子騫 蘆花綿
논어(論語 先進篇)에 “공자가 말했다, 효성스럽도다! 민자건이. 사람들이 부모 형제 사이를 이간질하여 말하지 못하는구나(孔子曰 孝哉 閔子騫! 人不間 於其父母昆弟之言).” 이로서 우리네 조선 선비들도 종종 갈대 꽃이 민 씨네 집의 목화 솜 옷을 부끄럽게 했다[蘆花羞作閔家綿]고 시에 말하곤 했다. 민자건은 공자의 제자였고, 효성이 지극하게 전해온다. 갈대 꽃 솜[蘆花綿/ 노화면]이란 억새나 갈대 홰기에 꽃처럼 피어난 것을 모아다가 솜처럼 옷 속에 넣은 경우가 있었던 모양이다. 고대의 겨울은 인간이 이겨내야 할 큰 고역이었으니, 산더미처럼 두꺼운 겨울옷이 봄마다 쓰레기로 버려지는 지경인 오늘에야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말이다.
자건(子騫)은 그의 자(字)이고 이름은 손(損)이라 성명이 민손(閔損)인데 흔히 민자건으로 더 알려져 있다. 그는 공자와 함께 노(魯)나라 사람이었고,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계모 슬하에서 자랐는데, 이복동생이 둘이나 되어서 민자건은 계모의 학대에 크게 고생을 해야 했다. 겨울을 위해 친자식 형제에게는 두툼하게 솜을 넣은 옷을 따뜻하게 지어 입히고 자기가 낳지 않은 자건에겐 갈대 홰기를 솜 대신 넣은 옷을 해주었으니 추위를 어찌 이길 수 있었겠는가. 친 아버지는 그 눈치를 못 챘을지라도 이웃이 더 먼저 알았다, “우리가 네 아버지께 이런 사실을 말해야겠다!” 이웃 사람들이 도리어 흥분하자 민자건은 극구 말렸다, “이웃 아저씨 아주머님들, 제발 그러지 말아 주십시오. 제 아버님께서는 저를 지극히 잘 돌보아주십니다. 계모가 제 두 동생을 극진이 보살피시니 저는 정말로 행복합니다. 저는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하루는 아버지가 자건에게 마차(馬車)를 끌어오라고 시켰다. 몹시도 추운 날이라 밖에서 일하던 자건의 10손가락은 이미 뻣뻣하게 얼어서 그가 잡으려는 고삐를 잡아 끌다가 놓치고 자빠지는 게 아닌가! 넘어진 아들을 끌어 일으키는 바람에 옷이 찢어져 갈대 꽃 솜이 터져 나왔다. 뻣뻣하게 언 아들의 손가락을 보자 자건의 처지를 깨닫고 집에 돌아가 다른 두 아들의 옷을 확인하니 그들의 옷은 솜으로 두툼한 게 아닌가! 큰 아들이 얼게 된 까닭을 알게 된 아버지가 그제야 후처의 낌새를 확인하고서 아내를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이때 자건이 무릎을 꿇고 아버지에게 애원했다, “어머니가 계시면 오직 이 한 아들만 춥지만 어머니가 가시면 제 어린 두 동생과 함께 이 세 아들이 다 떨게 됩니다, 아버님 제발 생각해주십시오.” 이로서 계모도 감동을 했고 다시 온 집안이 화목하였다는 고사이다. 이를 공자(孔子)도 논어에서 크게 칭찬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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