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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知非之年/ 거원지비

知非之年/ 거원지비

지비지년(知非之年)은 50세의 나이를 일컫는 별칭이기도 한데, 대개는 우리가 50대에 들어서면 지명(知命) 혹은 지천명(知天命)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유명한 공자(孔子)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연령의 특성을 설명할 때는 50세가 되어서는 하늘의 명[天命]을 내가 알게 되었다는 데서 생겨난 말인 까닭이다. 그런데, 이와 함께 나이 50세의 해를 일컫는 다른 말이 또 생겨났으니 바로 지비(知非), 곧 지비지년이 그것이다. 이는 바로 거백옥의 고사 때문이다.

회남자(淮南子) 1권 원도훈(原道訓)에 전하므로 지비지년을 다른 표현으로 거원지비(蘧瑗知非)라 고도 한다. 거백옥이 나이 50세가 되어서 49년이 잘못 되었다고 한 것이 있어서였다(蘧伯玉年五十 而有四十九年非). 다시 말하자면, 거백옥(蘧伯玉)이라는 사람이 50살이 되었을 때 공자처럼 자기의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아, 이제와 뒤돌아보니 내 인생 49년이 착오(錯誤)였구나!’ 라고 했다는 뜻이다. 그 말은 곧 자신의 회심(悔心)으로 겸손한 자기 반성을 한 말이며, 새해를 맞으면서 이제는 내가 새롭게 더 옳게 살겠다는 결심과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또 장자(莊子 則陽)에도 그 말을 인용했고, 회남자를 기록한 사람도 그 말의 깊이를 높이 평가하면서 그 교훈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다는 말이 아닌가! 그것에 대한 동한(東漢)의 고유(高誘)가 해석한 주석에 백옥은 위(衛)나라 대부 거원(蘧瑗)으로 새해를 시작할 때 지나온 해의 소행을 돌아보고는 부족하였음을 알았다. 해마다 그래서 죽을 때까지 뉘우쳤던 것이다. 그러므로 49년의 잘못이 있었다는 것이니, 소위 한 달의 잘못을 초하루에 뉘우쳤고 어제의 잘못을 날마다 뉘우쳤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주(周)나라 시대에 작은 제후국 위나라[衛國]에서 대부(大夫)를 지내고 공자의 친구이기도 했던 거원(蘧瑗/ 약585-484 BC)은 그의 자호(字號)가 백옥이라서 흔히 거백옥(蘧伯玉)으로 세상에 알려져 있으니, 성이 거(蘧)이고 이름은 원(瑗)이었다. 후대의 사람들이 다른 건 잘 몰라도 그의 지비지년(知非之年)은 알고 종종 옛 글에 언급되었다. 현대 개념으로 말하자면 그는 동양 역사에서 자기의 부족한 삶을 끊임없이 반성(反省)하면서 더 나은 삶을 지향했던 사람으로 표출되는 아이콘(icon)이 된 것이니, 서양에서 성 어거스틴(St. Augustine)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므로 한 해를 마무리할 때 우리가 새해를 향하는 마음도 거백옥처럼 겸손이 지난 1년을 살아오면서 나의 부족하고 잘못한 것들을 뉘우치고 새롭게 더 나은 삶을 지향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가 49년을 살고 50세가 될 때에 만이 아니라, 부단(不斷)히 지난 잘못을 뉘우치면서 더 나은 인생을 살려고 했던 삶의 자세를 배워야 할 순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