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인생/ 頤養天年
2021년의 해가 완성하는 때이다. 우리 이제는 100년을 향하니 그 튼튼한 연륜(年輪)의 나이테 또 하나 감아간다. 한문으로는 이양천년(頤養天年)이란 옛 표현이 있다. 이양(頤養)은 다시 이신양성(頤神養性)인데, 이신(頤神)하고 양성(養性)함이다. 이신은 정신을 수양하거나 마음을 보양 한다는 것이고, 양성은 양진(養眞), 양심(養心)이니 속을 기르고 마음을 기르며 내면을 부양한다는 의미가 아닌가. 결국 정신, 심리학적 상태와 영적이고 정신적인 내면을 기른다는 것이 리라. 성(性)을 기른다는 양성(養性)은 곧 천성(天性) 본래 타고난 본성적인 즉 하늘이 낸 내 몸의 본 바탕을 그대로 잘 보전하고 천리(天理)에 맞도록 부양함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이양천년(頤養天年)하는 때를 기이(期頤), 곧 100세의 나이라는 것이다. 흔히 이는 ‘100년 인생’의 고전적인 설명일 뿐이다.
하루의 해질 무렵을 석양(夕陽)이라 하고 인생의 황혼도 모경(暮景)이라 한다. 솟아 오르는 아침 해도 힘차지만 느릅나무와 뽕나무 위로 비추는 유상(楡桑)의 만양(晩陽)도 찬란하다. 시작도 귀중하지만 마무리도 황홀하니 한 해의 마무리도 100년 인생의 종장(終章)도 찬란해야 한다. 60대에서 90대의 모경(暮境)에 이르기까지 인생 하반을 이 세모(歲暮)에 생각해본다. 100세 인생의 반생(半生)이 아닌가! 예전엔 60년을 살면 한 주기(週期)를 살았다고 60갑자의 한 바퀴로 화갑지년(花甲之年)이라 해서 환갑 잔치를 성대하게 차렸다. 그러나 이제는 100세 시대, 60은 나머지 절반 인생의 시작일 뿐이다. 다시 힘차게 반생을 더 살아야 하니까.
두보(杜甫)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 했지만 이제는 인생칠십다반사(人生七十茶飯事)이다. 누구에게 나 날마다 끼니마다 밥 먹고 차 마시듯 일상이 되었다는 말이 실감나지 않는가? 평균 수명 80세가 넘었으니 70세는 거의 모두에게 현실이니까. 동양 고전에 속하는 예기(禮記)에 나이 80이라면 궁궐의 임금 앞에서도 지팡이를 짚고 다닐 수 있는 장조지년(杖朝之年)이라 했지만 80에도 대통령을 하는 세상임을 조 바이든이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예기 곡례(曲禮)에는 백년이 기이(期颐)라 해서 100세를 기이지년(期頤之年)이라고, 음식을 먹고 움직이는 일은 온전히 부양 받는 나이라는 것이었지만, 100세에도 트랙터를 몰고 농장을 누비며 일하는 노익장이 있는가 하면 김형석 교수는 100세가 넘도록 여전히 글을 쓰고 강연을 하지 않는가. 8, 90의 나이를 모질(耄耋)이라 늙어 빠졌다고 할 수가 없고, 기이(期頤)의 100세에도 남에게 기대지 않는 세상이다. 브라보, 유상만경(楡桑晩景)의 더 찬란한 노익장(老益壯)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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