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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Chaos of Kazakhstan / 카자흐스탄의 혼란

Chaos of Kazakhstan / 카자흐스탄의 혼란

영토는 한반도의 12배가 넘고, 영국과 프랑스와 독일 등 12개국의 서유럽 지역 만큼이나 넓은 국토이며, 인구는 북한보다도 적어 2천만이 채 안 되지만 석유가 많고 광물 등 넉넉한 자원을 지닌 중앙아시아의 나라가 지난 주간에 큰 혼란에 빠졌다. 연전에 신강성(新疆省) 우루무치(Urumqi)에서 기차를 타고 그 서남부의 광막한 초원 지대를 15시간 달렸으니, 서울에서 부산을 왕복 하는 이상의 거리를 통해 당시의 수도였던 알마티(Almaty)까지 갔던 일이 새삼 실감이 난다. 실상 거기도 그 나라 전체 영토에 비하면 작은 귀퉁이를 가 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카자흐스탄은 구 소련 시대에 우리 교포 고려인(高麗人)들의 한 많은 사연을 품은 땅이기도 하지만, 역사적으로는 우리와 똑같은 단군(檀君)을 시조로 삼는 공통점이 깊기도 하여 더욱 이나 관심이 간다. 시베리아(Siberia)부터 카자흐스탄까지 거대한 지역에 걸쳐 단군 신화의 영역이라니, 한반도에서 배운 단군에 비하면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새로운 역사 지평이 아닌가. 그런데 이번 카자흐스탄 사태에 우리가 그다지 감흥이 없는 것 같고, 도리어 미국과 유럽 사람들이 흥분하는 뉴스의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왜, 러시아가 평화 군이라면서 지난주에 알마티 민주화 데모를 진압하러 보냈는가? 탱크를 싣고 75대의 수송기로 러시아의 군대가 증강 한다는 뉴스에 유럽이 신경을 쓰고, 중국은 자기네와 서북방 국경을 접한 카자흐스탄이 러시아의 새 영향력 아래 드는 것을 꺼려하지 않겠는가. 옛 소련의 영광을 회복하려는 듯 블라디미르 푸틴은 아르메니아와 조지아, 벨라루스, 이번에는 우크라이나에, 다시 지난 주간에는 카자흐스탄으로 세력을 펼쳐나가는 형국이라 서이다. 정말 가장 신경 써야 할 나라는 한국인 것 같은데 말이다. 이 나라가 단군 기념 주화(鑄貨)를 발행할 정도로 단군의 후예라니 까,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아직도 분명하지 못한 것이 많은데, 이번 카자흐스탄의 사태로 수십 명의 데모 대원이 살해되었고 보안군도 죽었다면서 그 정부의 발표는 외국에서 훈련 받은 회교도 배경의 국가 전복의 쿠데타라고 규정하면서도 주동자를 지목하지 않고 있어 미스터리 하게 보인다. 소련 연방에서 독립할 때로부터 30년 간 집권했던 전직 대통령과 지금의 대통령, 그리고 차기의 지도자로 전임 독재자의 딸을 키우고 있다니 보다 복잡한 내부의 권력 암투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거기에 불안한 현 정권이 국제 관계에서 러시아를 끌어들인 것 등이 심상치가 않다. 그래서 미 국무성 장관은 러시아의 군대가 한 번 들어오면 내보내기가 힘들다는 교훈이 있다면서 비판을 하고 나섰다. 석유가 풍부한 나라에 기름 값 인상에 항거한 데모는 독재 정치의 개혁을 요구하기에 이르렀고, 전국에 비상사태가 선포되었으며 외국 군대까지 개입하면서 복잡하게 되었다. 며칠 동안 외국과의 인터넷이 마비되는 등 정확한 사태를 파악하기도 어려워지기도 했다. 정부의 각료들이 사임하는가 하면 중앙 정보부장이 체포된 혼란이라는 소식이다. 시위가 연합하고 통일된 조직이 없다며, 기름 값이 상한선을 폐지하면서 해마다 인플레이션이 심했다는 데 석유 가격이 갑절로 뛰자 분노한 서민들이 반발한 것이 커져서 혼란으로 가중된 것 같다. 실상은 자원이 풍부한 큰 국토의 나라가 30년 동안 1인 독재로 부(富)의 편중이 심해 미국 달러로 몇 명의 빌리어내어(Billionaire)가 생겨났지만 5퍼센트에 달하는 백만 명의 빈곤층이 있을 정도라니 그 불공평에 다가 무엇보다 독재적인 정치에 개혁을 부르짖는 모양새이니 혼란은 보다 심각한 것 같다. 우리의 관심사는 역사적 공통점과 우리와의 인연에 있으니 작은 땅덩이의 우리가 큰 땅과 자원의 나라인 형제국 같은 나라와 관계를 깊이 하고 서로 협력하는 길을 위해 그 혼란에 함께 적극적으로 접근함이 어떠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