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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經史子集 / 동양 전통의 학문

經史子集 / 동양 전통의 학문

인물 됨이란 그 사람의 바탕과 그의 소양과 경력에서 터득한 능력과 경륜의 총합적 인격이다.
그 태생적 기량(器量)은 타고난다고 해도 후천적인 수양은 경험으로 터득 된다. 공부하고 인격을 닦는 소양과 수양을 통한 자기 개발과 온갖 경험의 수련으로 빚어진다는 말이다. 그중에서 학문의 실력을 어떻게 닦는가? 인간의 고유한 문명의 매개(媒介)인 교육 과정이 현대에는 세분화된 전문성을 훈련하는데, 동양 전통의 교육 방법은 소위 인류가 집적해 온 고전(古典/ Classics)을 체계적으로 습득하는 것이었다. 그를 대개 4부(四部)로 나누니, 소위 경사자집(經史子集)이다. 한문으로 저술 된 대부분의 한적(漢籍)을 옛 사람들이 분류한 경부(經部), 사부(史部), 자부(子部) 집부(集部). 경부는 경서(經書) 즉 사서오경(四書五經)의 유가 전통의 핵심적이고 가장 깊은 경전을 말하고, 사부는 역사서를 망라하는 서적들이며, 자부는 제자(諸子)라는 여러 사상과 철학자들의 학설인 법가(法家)나 도가(道家)나 병가(兵家) 술가(術家) 등의 이론을 말하고, 집부는 문집류(文集類) 즉 시집이나 사설(辭說) 등의 문학 작품 같은 학자들의 문풍(文風)을 말한다.

이를 가는 나이의 아동이 천자문(千字文)이나 동몽선습(童蒙先習) 같은 자구(字句)를 익히면서 부터 사서삼경(四書三經)에 이르는 한학(漢學)을 총망라하려면 방대한 문적(文籍)을 섭렵해야 하니 필생을 두고도 마스터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 골격과 맥락으로 효과적인 학습을 하려고 했던 것이 지난날 조선 시대까지의 우리가 지향한 학문적 수련의 과정이었다. 게다가 현대는 서양의 자연 과학적 기초 위의 실제 전문적 대학과 그 이상의 과정에서는 배제된 이 동양의 고전들이지만, 인문학을 전공하는 사람에게는 이를 더하여 열람한다는 게 여간 버거운 게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역사와 동양 철학의 근간을 터득하기 위해서는 그 대략을 간파하지 않을 수가 없으며, 여기저기서 조금씩 들어온 견문에서 겉핥기 식의 상식도 조금은 있으니 시간을 내서 조금 더 깊이에 접근하는 수련을 쌓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의 실력을 얻을 것이고 그로 인한 사고의 폭과 동서양의 조화를 해득 하는 데 크게 유익할 것이다. 세부적으로 깊이 파고드는 일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방대하지만 그 얼개의 골격을 잡을 수 있다면 수많은 연구자들이 이미 풀고 정리한 것들을 통하여 좀 더 쉽게 접근하고 노력하면 어느 정도의 깊이도 습득할 수가 있는 풍부한 정보의 시대가 아닌가.

고려와 조선 시대의 우리 선대 엘리트들은 그렇게 하는 인물을 견문(見聞)이 넓고(見聞博者) 열력(閱歷)이 많은 사람(閱歷多者)이라고 표현했다. 조선 말기의 경험주의의 실학자 패동 최한기(浿東 崔漢綺/ 1803-1877)가 그런 실력자로 많은 저술을 남겼다. 지동설(地動說)을 터득했고 서양 의학의 실력까지 편수 하였을 정도였는데, 경험론적 인식론을 펼친 그의 ‘추물측사(推物測事)’에서 말했다. “견문이 넓은 사람은 일을 처리할 때 의혹의 단서를 끊어버리고, 많은 책을 읽은 사람은 천하에 웃음거리를 제공하지 않는다(聞見博者 措施絶疑惑之端, 閱歷多者 天下無供笑之事).” 견문이 많아서 온갖 경험과 실력으로 일을 판별할 줄 알아서 확실하게 실행하고 의심스러운 것은 해결을 해내지만 해결할 수 없는 것은 끊어버리고, 온갖 지식을 고전을 통하여 섭렵한 사람을 누가 감히 웃음거리로 삼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