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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Transactional Diplomacy / 거래 외교

Transactional Diplomacy/ 거래 외교

지난 주간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Ukraine)를 두고 치열한 외교전을 벌였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두 나라 외교부 차관이 이끄는 외교관들이 협상하고, 브뤼셀과 비엔나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로 했다. 그러나 10만 명 이상의 군대를 우크라이나 접경에 파견한 러시아가 1월에 침략한다는 긴장감을 일으켰다가 외교 협상으로도 해결을 보지 못한 채 2월 침공 설까지 일게 되었는데, 그래도 미국과 러시아는 대화를 더 한다고는 하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으로 옛 소련 영토 쪽에 영향력을 팽창하는 새로운 양상을 연출하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략을 또 받게 될 것인가?

오랜 옛날 2200년 전,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종횡가(縱橫家)들의 치열했던 외교를 상상하게 된다. 일어나는 진(秦)나라를 놓고 연/제/초/한/위/조(燕/齊/楚/韓/魏/趙) 6국이 종적(縱的) 연합으로 진에 대항해야 된다는 소진(蘇秦/ BC ?-284)의 합종책(合縱策)이 그 하나의 외교술이었다. 한편 그 6국과 횡적(橫的)으로 평화를 맺으라는 장의(張儀/ BC ?-309)의 연횡책(連橫策)과 그 둘을 동양에서는 2천 년 이상을 외교상의 교훈으로 삼았다. 그때는 중원(中原)의 한 대륙이었지만 오늘날은 유라시아(Eurasia) 대륙에다 미국까지 포함한 전 세계적 관심사다. 미국이 EU의 나토와 우크라이나와 함께 힘을 합쳐서 러시아의 침략을 막아야 하는 과제이고,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의 나토군이 자기네의 국경 가까이 우크라이나로 팽창하지 못하게 막아야 하며, 자기네 옛 소련의 영토였던 우크라이나가 EU나 나토에 가입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서 지난주의 외교 협상은 가식과 위협만 표출하고 말았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의 결행(決行)이 애매해 러시아가 대든다고 도 하고, 미국의 중간 선거가 있는 해라서 전쟁을 꺼려하는 틈을 타 러시아의 푸틴이 위협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으며, 타이완 문제와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 몰입하는 미국을 혼란케 하려는 러시아의 기회 포착이라는 진단도 있다. 한편 미국의 거래 외교(transactional diplomacy)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내가 아무런 대가를 얻지 못한다면 나는 네게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다”는 논리와 같다. 트럼프 전임 대통령이 우리를 보고 북한으로부터 지켜주는 대신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라, 그렇지 않으면 미군을 줄이겠다는 맥락도 그런 이론이다. 그건 사업 세계에선 보통인 거래의 다반사(茶飯事)이다. 북한과의 핵무기 협상에도 핵을 포기하면 경제의 부강을 약속하고, 트럼프는 핵 협상을 위해 북한의 비민주적인 독재와 인민들을 굶기면서 핵무기를 개발하는 처참한 인권 범죄도 눈감고 말하지 않은 것이 거래 외교의 일환이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결정적인 미국의 무기를 사서 러시아와 대항하겠다고 애걸했지만 미국은 러시아를 의식해서 허락하지 않았으니 역시 러시아와의 거래 때문이었다는 말이다. 또 프랑스와 독일조차도 러시아의 무력 팽창은 염려하지 않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위협이 3개월이나 되도록 경제 재제를 강하게 시행하지도 않고 있으며, 러시아의 가스 배관(Nord Stream 2 pipeline)을 발틱 해에서 독일과 유럽으로 흐르도록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지난해 완성하게 했다. 그것을 미국은 또 프랑스와 독일의 이익에 묵인했던 것이니, 모두 원칙과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천하는 일보다는 이익 거래에 경도 된 외교적 느슨함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 복잡한 계산을 통한 러시아의 침략이 지금 미국과 유럽의 심각한 러시아의 문제로 귀결되었다면, ‘거래 외교’를 재확인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