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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청와대와 경무대 / the Blue House

청와대와 경무대/ the Blue House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가 새 대통령 당선 이후로 여론이 비등(沸騰)하게 되었다. 실로 우리는 무슨 일을 할 때 대단히 빠르게 진행하는 능력이 있는지도 모른다. 다른 나라들 같으면 몇 해를 두고 의견을 수렴하면서 토론을 거쳐서 연구와 면밀한 타당성까지 조사하는 절차를 밟을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당선자가 확정되자 사흘이 못 되어 청와대 이전 문제가 불거지고 뜨겁게 언론을 달구면서 온통 국민의 관심과 찬반 여론이 일게 되었다. 아직도 우리는 대통령에게 별별 책임과 권리를 다 부여하는 것도 같으니, 그것이 무슨 대통령의 정책이겠는가? 5년 단임제로 정해진 운명이니 고작 5년이면 끝나는 직책일 뿐이나, 대통령 집무실은 두고두고 앞으로도 여러 대통령들이 일하고 살아야 할 집인데, 당장의 대통령의 선호를 따른다면 새로 선출될 때마다 옮겨간단 말인가?

지금의 대통령 관저는 윤보선(尹潽善) 대통령 때에 지붕의 기와가 청색이라서 청와대(靑瓦臺)로 호칭 하게 되었고, 이승만(李承晩) 초대 대통령 때에 그 자리에 처음 관저를 정하면서 이름을 경무대((景武臺)라는 이름을 지었다. 경무대는 조선 시대에 임금의 궁궐인 경복궁(景福宮) 뒷문인 신무문(神武門) 밖의 대궐에 속한 후원(後苑)으로 군사 훈련을 하기도 한 연무장(鍊武場)이 있었던 데서 나온 이름이다. 궁궐 후원에서 군인들이 훈련하던 전통 때문에 궁궐 문도 신무문이라 하고, 또 경무대 역시 그런 의미가 포함되기도 했다. 사실은 이승만 대통령이 살기 전에는 1945년 광복(光復) 후에 미군정(美軍政時期) 조선 주둔군 사령관 하지 중장의 관저(官邸)가 거기였던 것이다. 1948년 처음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서 새 대통령이 그곳에 입주한 것이 그 역사의 절차였다. 아무래도 조선의 궁궐 뒤라서 상징적 위치를 고려했을지도 모른다.

아마 지금 같으면 푸른 집이라고 했을 것 같은데, 74년 전에는 아직도 한자 사용이 쉬웠던 시기라도 경무대(景武臺), 또 이어서 청와대(靑瓦臺)라고 했던 것 같다. 그걸 영어 번역을 할 때 블루 하우스(the Blue House)라고 한 것은 필시 미국의 백악관(白堊館/ the White House)에 견주어서 였을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대통령 궁(大統領宮/ the President Palace)이라고 도 하는데, 우리는 대(臺)자를 붙인 게 누대(樓臺)나 제왕(帝王)의 돈대 처럼 암시하려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 집무실 문제는 이번의 논쟁 만은 아니니, 이미 여러 차례 큰 논쟁 거리였다. 대통령이 중간에 물러나고, 수명 대로가 아닌 죽임과 죽음을 앞당기며, 징역을 가는 이들이 여럿이라서 얄팍한 풍수가(豊水家)이 명당이 아니라며 그럴듯한 이유를 대기도 했다. 대통령이 되었더라도 인간의 한계 상황은 연약한 것이니 혹 그런 불안감이 생길 수도 있고, 혹은 누가 그걸 기화로 이권이나 명분의 혜택을 보려는 의도가 있을 수도 있으며, 심기일전(心機一轉)의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고 싶은 유혹이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여간 나는 보다 멀리 내다보고, 안보와 가치, 의미와 효용성을 잘 가려서 국민과 나라를 위한 좋은 우리의 백년대계의 집무실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