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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글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 淸明和寒食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淸明和寒食

오늘은 청명(淸明), 춘분과 곡우(穀雨) 사이에 드는 24절후의 하나로 천지가 상쾌하고 맑은 공기로 가득한 좋은 때이다. 한식(寒食)은 조상 산소를 찾아 살피는 봄 제사의 절기로 지켜온 오랜 우리의 풍속인데, 그 두 날은 오늘처럼 흔히 같은 날이 되거나 겨우 하루 정도의 차이로 매해 오기 때문에 그 두 날은 거기가 거기라는 말로 속담이 된 표현. 별 차이 없이 결국 같은 통 속이란 비유다. 농경 사회의 풍속으로 또 우리 할머니 어머니들은 우수(雨水)에 장을 담그고, 청명과 곡우 사이에 간장 달인다 했다. 만사에 때가 있고, 시의적절(時宜適切)해야 음식도 제 맛을 낸다는 뜻이다. 장 맛이 중요해 1년 농사 만큼이나 힘을 쏟았던 가정 대사(大事), 우수에 담근 장 맛이 제일이고 그 40일 정도에 숙성한 발효 식품이 청명 곡우 사이에 된장과 장 물을 갈라서 간장으로 달였다. 그 중요한 큰 일에 정성과 노력을 다하시던 어머님 모습이 새롭다.

4월을 맞아 벚꽃 구경 갈 마음인데, 옛날은 그렇게 생활 문화가 달랐다. 의식주(衣食住)에 온 힘을 다하던 지난날과는 달리 국민소득 3만 달러의 번영에 어떻게 더 즐겁게 사는 관심이 더 크다. 진해 벚꽃 소식은 듣기만 했으나, 전국 곳곳 벚꽃 길도 많고, 군락지(群落地) 여의도 윤중로며 갈 데도 여럿이 아닌 가. 벚꽃, 진달래 온갖 꽃 놀이 즐겨야지.

청명과 한식의 아름다운 봄 날 우리 선조들도 한 번 생각하고, 꽃 구경 간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 오늘의 풍요가 지난날 선대와 부모님들의 땀과 정성에서 자랐다는 사실도 기억한다면 우리 마음 더 아름다워지고 인륜(人倫)의 미풍양속(美風良俗) 더욱 빛나지 않겠나. 하늘에서 곧 바로 떨어진 듯 내가 잘나서 행복인 줄로만 착각하는 오만도 없애고, 못 살던 지난날의 한 풀이도 말며, 행복한 우리의 멋과 가치를 아우르는 날이 되게 말이다. 바쁘겠지만 혹 이날 전후로 내가 지금 존재할 수 있게 하신 선대와 부모님을 생각하며 그분들의 산소를 돌아봄도 얼마나 갸륵하 랴! 그리고 금방 지나가 버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의 교훈도 잊지 말고, 봄바람에 꽃 비 다 날아가기 전 감상도 해야지. 청명에나 한식에나 고마운 선대를 한 번 회상하면서 봄 꽃 또한 마음껏 즐기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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